대장동 개발 사업 설계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이 받은 퇴직금 등 50억원이 “컨소시엄 무산을 막아준 대가라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정 회계사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곽 전 의원과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2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화천대유가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에게 지급한 50억원이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게 하는 대가’인 것으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화천대유 양모 전무가 거액을 지급하는 것에 반대 의견을 냈고, 이에 김씨가 양 전무를 달래며 그렇게 설명했다는 게 정 회계사의 주장이다.
정 회계사는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된 것 자체를 막아줘서 병채씨에게 퇴직금을 지급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양 전무는 절대로 불법적인 것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병채씨에게 50억원을 지급하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자기는 사인을 안 했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검찰이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빠졌다면 화천대유가 주간사를 찾지 못해 사업을 포기했을 것 같나’고 묻자 “네, 그랬을 것”이라고 답했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3월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공모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리는 과정 등에 도움을 주고, 아들을 통해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성과급 등 50억원(세후 약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정 회계사의 이날 법정 증언은 이 같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내용인 셈이다.
정 회계사는 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지목된 녹음파일을 녹음한 경위와 관련해선 “잘못하면 제가 하지도 않은 일로 크게 책임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당 녹음파일은 정 회계사가 2019∼2020년 김씨, 남 변호사와 나눈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대장동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핵심 증거가 됐다.
정 회계사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부터 제가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로 지목되며, 온갖 상황이 저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며 “김씨 주변에 정치인과 고위 법조인들이 많아서 두려워서 제출했다”고 말했다.
정 회계사는 또 화천대유가 속한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자신이 하지 않은 일도 했다고 허위 답변하라는 강요도 김씨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씨가 대장동 사업 관련 각종 로비를 폭로하겠다며 협박한 전 동업자 정재창씨에게 입막음 대가로 건넨 90억원도 자신에게 부담시켰다고 말했다.
정 회계사는 천화동인4호 소유주인 남 변호사와 함께 과거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하다가 무산되자 김씨와 동업 관계를 맺고 사업을 다시 추진한 인물로 알려졌다. 현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씨, 남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와 함께 배임죄로 기소돼 1심이 진행 중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