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 ‘텃밭’ 알뜰폰 점유율 제한 추진에 ‘동상이몽’

입력 2022-04-27 17:01 수정 2022-04-27 17:51

알뜰폰으로 불리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시장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사실상 이동통신 3사의 텃밭으로 전락하자 정부에서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며 ‘동상이몽’하고 있다.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이통 3사 알뜰폰 자회사의 합계 점유율을 제한하는 걸 검토 중이다. 정부는 2012년 SK텔레콤, 2014년 KT와 LG유플러스가 자회사를 세워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자 중소 사업자 보호를 이유로 이들의 점유율을 ‘합산 50% 이내’로 묶었었다.

점유율을 계산할 때 휴대전화와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더했다. 당시만 해도 IoT가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이통 3사 자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월 기준으로 약 31% 수준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IoT 회선을 제외한 ‘순수 휴대전화 회선’ 가입자를 잣대로 점유율을 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 경쟁을 통한 요금 인하, 가계 통신비 부담 경감이라는 도입 취지를 고려하면 IoT 회선은 따로 분리하는 게 맞는다는 지적이다. 순수 휴대전화 회선으로만 따지면 이통 3사 자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지난 2월 기준으로 약 51%에 이른다.

점유율 규제 카드가 수면 위로 올라오자 이통 3사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SK텔레콤은 당국의 점유율 제한 관련 결정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이면서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MNO) 시장의 40%대 점유율이 깨지는 걸 원치 않는다. 알뜰폰 시장이 커지면, MNO 가입자가 다른 회사의 알뜰폰 자회사로 이탈할 수 있어 ‘규제’에 찬성하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자사 알뜰폰 자회사로 옮겨가더라도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은 도리어 낮아져 알뜰폰 시장 자체가 확대되는 걸 SK텔레콤에서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에 대한 판단은 당국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알뜰폰 사업에 공을 들인 LG유플러스는 점유율 규제가 소비자 선택권 제한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자회사가 점유율 제한의 영향으로 신규 가입을 중단한다면, 소비자는 그만큼 알뜰폰 선택에 제한을 받는다는 논리다.

대기업 자회사를 제한하는 것은 중소사업자의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이통 3사는 마케팅 측면에서 중소사업자에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지원이 중단되면, 소비자 후생 감소는 물론이고 알뜰폰 매력이 줄어들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KT는 ‘중립’이다.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면 정부와 협의한다는 원칙론을 내세운다. KT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신규 사업자의 사업 런칭 지원, 중소 상생방안 마련 등으로 중소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지난해 4월 통신사 자회사의 합산 점유율을 제한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도 2020년 통신사 자회사의 개수를 제한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법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