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 세계유산 시동 서울시, 도심 재개발이 변수

입력 2022-04-27 16:53
서울시가 조선 시대 한양을 수호했던 성곽인 '한양도성-탕춘대성-북한산성'을 통합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한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1976년 복원한 탕춘대성과 홍지문, 오간수문의 현재모습. 연합뉴스

서울시가 2017년 실패한 한양도성 세계유산 등재의 첫 단추인 탕춘대성 발굴 조사를 시작한다. 시는 한양도성과 탕춘대성, 북한산성을 묶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 녹지생태도심으로 대표되는 서울시의 도심 재개발 계획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7일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성곽이었던 ‘탕춘대성’에 대한 첫 발굴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발굴조사는 한양도성도감 주관으로 서울역사박물관이 28일부터 시작해 7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탕춘대성의 성벽 원형과 구조, 성격 등을 규명해 연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등재를 추진한다.

시는 탕춘대성 보존·관리 강화를 시작으로 한양도성과 탕춘대성 북한산성을 묶어 세계유산 등재를 재추진한다. 시는 ‘조선왕조 수도방위 시스템’으로 2027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서울시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이 세계유산 등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건축물 높이와 용적률 등 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기여분으로 녹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도심은 90m 높이 제한이 있는데 충분히 풀 수 있다. 건폐율을 낮추고 용적률 1000%도 못 줄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같은 전략이 도시 경관 등에 영향을 줘 세계유산 등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최재헌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는 “(개발을 추진하고)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 유네스코 입장에서 보존 의지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또 최근에는 역사도시경관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개발은) 굉장히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전문가마다 기준이 다르므로 (개발 계획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를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서울을 지키는 도시 성곽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것이라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