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27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박 의장은 이날 오후 5시 본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장은 박 의장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깊이 상고해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에 신중을 기해달라”며 “졸속입법을 방지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결정을 해 주실 것을 청원드린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법안 통과에 있어서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형사사법제도는 국민의 기본권을 강력하게 제한할 수 있고, 특히 검찰의 직접 수사권 제한은 국가적 형사사법제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중대사안”이라며 “법률전문가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또 “작년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실무 현장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건 처리가 지연되거나 고소장 접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작년과 올해 변협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다수가 경찰 수사지연 및 사건 적체로 피해를 입었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검수완박 법안 내용을 두고도 “진정한 검찰개혁의 방향인지,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조계 내외에 부정적 의견이 많다”고 비판했다. “중대사건을 담당하게 될 중대범죄수사청은 규모와 운영 방향에 대한 기초 윤곽조차 잡혀있지 않은 상황이고, 공수처와 일선 경찰은 아직 충분한 수사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이 직접 수사권이 급박하게 사라진다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공개 서한 이후 박 의장은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를 소집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국회 의장실에서 박 의장과 회동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