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5일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선보이면서 한·미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이 조만간 고체연료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것으로 보여 군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과 함께 5축형 이동식발사대(TEL)에 실려 등장한 신형 SLBM을 주목했다. 지난해 1월 당대회 열병식에서 공개된 SLBM ‘북극성-5ㅅ(시옷)’보다 탄두부가 커지고, 길이도 12m 정도로 1~1.5m 늘어난 모습이었다. 일각에선 ‘북극성-6형’일 것이란 추정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신형 고체연료 SLBM’으로 분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신년사에서 ‘ICBM급 사거리의 고체연료 SLBM’을 언급하는 등 북한은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이번에 공개한 신형 SLBM이 김 위원장이 언급한 종류인지, 실제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액체연료 미사일은 발사 3~4일 전에 30~40분간 미리 연료를 채워야 한다. 그만큼 동선 파악이 쉽고 사전 징후가 명확해 우리 군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비할 수 있다. 북한 미사일 징후를 사전에 탐지해 선제 타격한다는 ‘킬체인’ 개념을 세울 수 있던 것도 이런 액체연료 미사일에 근거한 것이다.
반면 고체연료 미사일은 일찌감치 연료를 채워 TEL에 장착하면 언제 어디서든 기습적으로 발사가 가능하다. 미사일 대량 생산에도 액체연료보다 고체연료가 더 유리하다. 북한이 고체연료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하면 그만큼 방어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7일 이번 열병식에 대해 “북한의 이런 군사적 시위는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를 향해 자신들의 무기가 단순히 보여주기용이 아니며 조만간 작전 배치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신형 SLBM 검증을 위해 조만간 수중에서 시험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열병식에는 탄두부가 쐐기 형상인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 ‘화성-8형’도 등장했다. 화성-8형은 지난해 9월 시험발사한 이후 추가 발사 동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열병식에선 화성-8형 여러 대가 국방색으로 실전형 도색을 완료하고 미사일 번호도 표시된 상태로 나타나 추가 발사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신형 ICBM 화성-17형도 추가 발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동시에 여러 기를 제작하는 것이 단가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이미 개발 단계에서 10여기 이상 제작했을 것”이라며 재진입 및 다탄두(MIRV) 기술 검증 등을 위한 추가 시험발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