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기권한 것과 관련,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요한 법안이 여야 합의없이 강행처리되는 것에 저는 찬성할 수 없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양 의원은 이날 새벽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에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기립표결로 단독 처리를 시도하자 자리에 앉은 채 끝까지 일어서지 않았다.
양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어제 국회 법사위 법안 통과 과정을 지켜보며, 어느 때보다 참담한 심정으로 글을 올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사법행정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저의 오래된 소신”이라면서도 “이런 식은 아니다”고 했다.
양 의원은 “의회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협치”라며 “지난 22일 극단의 대치상황에서 박병석 국회의장님께서 중재안을 마련해주셨을 때, 저는 민주주의란 대화와 타협 속에 꽃피는 것임을 배웠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어제 국회 법사위는 혼란 그 자체였다”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소리치고 떼쓰는 무책임한 정치인들의 모습을 봤다. 법안 조문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한 채 법안이 기습적으로 통과됐다”고 한탄했다.
또 “저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가시밭길을 걷는 심정으로 기권을 결심했다. 의석수에 기반한 표의 힘이 아닌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킨 양심의 힘을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 법안이 야기할 수 있는 오류와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단 1%의 국민이라도 이 법으로 인해 부당하게 고통받게 된다면 그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병석 국회의장님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님, 그리고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님께 호소드린다”며 “여야가 양보하고 타협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중재안을 마련해달라. 그렇게만 된다면 저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합의한 검찰개혁 법안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전날 오후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를 시작으로 자정이 넘어간 시각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기립표결 방식으로 단독처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처리를 반대하는 내용의 손팻말 시위를 했으며, 회의장은 의원들의 고성과 야유 등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