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SNS 플랫폼 트위터를 인수하지 못하면 10억 달러(약 1조2600억원)의 위약금을 물게 된다. 이는 트위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의무다. 시끄러웠던 인수 과정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먼저 포기한 쪽은 상대방에게 큰돈을 물어야 한다.
트위터는 26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이런 내용을 공시했다. 트위터 공시의 위약금 조항은 자사와 머스크 중 어느 한쪽이라도 합의를 포기하면 상대방에게 10억 달러를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규모의 위약금이 트위터 인수금액인 440억 달러의 2%를 조금 넘는 통상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트위터 이사회는 지난 26일 머스크에게 주당 54.20달러, 총액 440억 달러로 자사를 매각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로써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게 됐다. 머스크는 이미 트위터 지분 9.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제 트위터 경영권까지 손에 넣었다.
다만 머스크가 앞으로 트위터를 어떤 형태로 운영할지에 대한 계획은 선명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보다 급한 건 인수 자금 조달이다.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대출하는 ‘마진론’을 택할 수도 있다. 머스크는 보유 주식 가치에서 25% 분량을 부채로 조달할 수 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진 이날 나스닥에서 테슬라 주가는 12.18%나 폭락했다.
상대적으로 다급한 쪽은 머스크일 수밖에 없다. 트위터 공시에서 머스크의 인수는 10월 24일까지 마무리돼야 한다. 금융 당국의 승인 절차에 따른 지연에 한해 인수 작업의 마무리 기한을 6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그때까지 인수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트위터에 10억 달러만 안겨주고 경영권을 상실하게 된다.
머스크는 앞서 SEC에 465억 달러 규모의 트위터 인수 자금 조달 계획을 제출했다. 그중 255억 달러를 모건스탠리나 뱅크오브아메리카 같은 은행 대출로 채우고, 나머지 210억 달러를 자기자본으로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210억 달러를 어떻게 조달할지가 관건이다.
트위터는 머스크와 합의사항을 이행하기만 하면 된다. 주주 투표에서 머스크와 합의 내용이 부결되거나 더 큰 금액을 제시한 회사로 매각 대상을 바꾸면 10억 달러의 위악금을 물어야 한다. 한때 페이스북과 견줄 만큼 SNS의 강자로 군림했지만 지금은 크게 하락한 트위터의 현재 위상을 보면, 머스크와 합의를 깰 변수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