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및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경찰청을 찾아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사실상 강제수사에 나서라는 압박 성격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검찰 수사권 폐지 입법화 이후 ‘경찰 통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수사 초기단계부터 수사기관을 직접 압박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영교 위원장과 박재호 간사, 이해식, 임호선 의원과 국회 보건복지위원 소속 고영인 의원은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해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과 면담했다. 이날 면담은 전날 저녁 민주당 측의 요청으로 추진됐다고 한다.
면담을 마치고 나온 서 위원장은 “남 본부장으로부터 해당 사건이 경찰에 언제 접수가 됐고 언제 배당이 됐는지 설명을 들었다. 또 ‘경찰이 철저하게 공정하게 제대로 수사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면담에 앞서 서 위원장은 “자녀들 의대 편입과정에서 ‘아빠 찬스’ ‘권력 찬스’가 있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공정한 잣대로 이 부분을 검증해주길 바란다는 요구가 있다”고 방문 배경을 설명했다. 고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 들이댔던 잣대와 다른 방향으로 적용돼선 안 된다”며 청문회에 앞서 정식 수사가 필요하다는 뜻도 내비쳤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지난 18일 정 후보자 자녀 의혹과 관련해 경찰과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고발장 접수 사흘 만인 지난 21일 해당 사건을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배당했다.
경찰청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행안위원장이 방문해 수사를 촉구하는 게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수사권 단계적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에 대한 국회 논의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경찰이 172석 민주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를 의식한 듯 서 위원장은 “검찰의 수사 남용을 막아야 한다. 그래서 더욱 더 경찰이 수사를 잘해야 한다”는 언급도 했다.
수사기관 방문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서 서 위원장은 “정 후보자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복지위 위원들이 검증에 애를 먹고 있다”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가 국회에 관련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기 때문에 경찰의 강제수사를 통해서라도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로 읽힌다.
민주당 의원들이 면담을 마치고 국가수사본부 건물을 나서자 몇몇 경찰 간부들이 건물 1층에 일렬로 서서 배웅에 나서는 장면도 보였다. 간부들이 고개를 숙여 의원들에게 인사를 하자, 한 의원은 이들을 향해 큰 소리로 “화이팅”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40년 지기’ 친구로도 알려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자녀들이 경북대의대에 편입학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정 후보자는 편입학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청문회때 상세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