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당선인, ‘검수완박’ 질문에 “당이 알아서 할 것”…여전한 ‘거리두기’

입력 2022-04-27 13:29 수정 2022-04-27 13:30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2022.4.26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7일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처리 움직임과 관련해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 출근하며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검수완박 국회 처리’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윤 당선인은 그러면서 “오늘 인수위에서 여러 가지 발표를 많이 할 테니, 거기에 관심을 많이 가져 달라”고 덧붙였다.

검수완박 처리를 두고 여야가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윤 당선인은 참전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모양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도 서울 통의동 사무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여의도 정치권이 할 몫이 있고, 며칠 뒤면 대통령에 취임해야 하는 당선인이 말씀드려야 할 몫이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정치권이 검수완박 정국에 휩싸이기 시작할 때부터 여의도의 상황과는 ‘거리두기’를 해 오는 중이다. 과거 검찰총장직을 던질 당시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던 때와는 다른 스탠스다.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게 되면 국민의 눈에는 그 내용과는 관계없이 신·구 권력 간의 갈등상황으로밖에 비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인천 중구 영종하늘문화센터를 찾아 건물 옥상에서 영종-신도-강화 평화도로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유정복 전 인천시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 2022.4.26 [인수위사진기자단]

다만 윤 당선인 측은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배 대변인은 “검수완박 법안에 관해서 많은 국민들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향한 잔혹한 범죄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법안 통과에 따른 수사공백 가능성을 언급하며 에둘러 법안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지점은 당선인이 아니라 여의도 정치권에서 서두르지 말고 심도 있게 논의해서 국민들이 원하는 답변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수위 내부에서 나오는 검수완박 비판 목소리도 점점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지금 민주당은 인수위 내에서 검찰 관련된 정책방향을 어떤 식으로 구상하고 있는지 전혀 지켜봐 주지 않는다”며 “지난 대선 결과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검수완박 강행처리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짜고 정치인을 위한 ‘불수사 특권’을 만들자는 얘기밖에는 안 된다”며 “국민들이 향후 선거를 통해 이런 점들을 판단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수 이상헌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