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회고록 대출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빌려주지 마세요.’
5·18기념재단은 올해 들어 전국 대학도서관과 공공도서관, 온·오프라인 서점 등을 대상으로 5·18 왜곡 대응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법원이 출판·배포 금지 명령을 내린 5·18민주화운동 왜곡도서의 비치 현황을 조사 중이다. 그동안 18곳의 도서관에서 해당 도서의 대출금지 조치를 마쳤다.
재단이 지금까지 파악한 대학과 국공립 도서관 소장·대출 5·18 왜곡도서는 전두환 회고록 11권, 북조선 5·18아리랑 무등산의 진달래 475송이’ 8권 등이다.
재단은 5·18에 관한 허위·조작 정보를 확산시키는 유튜브 콘텐츠와 인터넷 게시글에 대한 대응도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5·18 왜곡·폄훼의 내용을 담아 퍼뜨린 게시글 155건을 삭제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178건의 유튜브 콘텐츠가 방송통신심의위 심의를 받도록 했다.
삭제된 게시글은 5·18을 폭도 혹은 불순분자에 의한 폭동이라고 왜곡한 글이 113건으로 가장 많았다. 북한군 개입설을 퍼뜨린 경우도 9건에 달했다.
방통위 심의와 함께 삭제 조치 과정 중인 유튜브 콘텐츠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체 심의건수 중 114건과 29건이 각각 5·18을 폭동이라고 언급하거나 북한군이 1980년 당시 광주에 투입된 것처럼 묘사했다.
극우 논객 지만원씨가 저술한 북조선 5·18아리랑 무등산의 진달래 475송이 등 5·18 왜곡 도서를 근거로 삼은 사례도 많다. 지씨는 광주시민들을 광주에서 활동한 북한 특수군이라는 의미로 ‘광수’라고 지칭한 인터넷 게시물을 유포했다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광주시는 앞서 5·18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인터넷·유튜브 게시물 26건을 사법당국에 수사 의뢰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5·18기념재단은 5·18민주화운동이 올해 42주년을 맞았지만, 국내 민주화의 분수령이 된 5·18의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가치를 폄훼하는 행위가 줄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왜곡·폄훼 건수는 지난해 12월 28건에 이어 올 1월 20건, 2월 30건, 3월 100건이 접수되는 등 5월이 가까워질수록 증가 추세를 보인다.
‘5·18 왜곡처벌법’으로 불리는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됐다. 특별법은 허위사실을 근거로 5·18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폄훼하면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에도 유튜브와 일베 게시판 등엔 여전히 5·18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을 부추기고 폭동에 불과한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미화했다는 글과 영상이 넘치고 있다. 일간베스트 저장소, 보배드림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광주시와 5·18기념재단은 시교육청, 민주언론시민연합, 전남대 5·18연구소 등이 참여한 5·18 역사 왜곡 대응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사이버 대응, 법률·제도, 교육·연구 등 왜곡대응 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폄훼 행위를 발본색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 법 시행 이후 1년 3개월이 됐지만, 특별법으로 처벌된 ‘5·18 왜곡·폄훼’ 또는 ‘호남 비하’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단이 5·18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 콘텐츠 연간 6편, 방송 콘텐츠 연간 11편을 게시하는 방식으로 유튜브 채널 ‘5·18 TV’를 운영하고 있지만, 왜곡·폄훼 활동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왜곡·폄훼를 할 때 구체적 대상을 명시하지 않으면 허위사실 유포죄로 처벌하기 힘들다는 게 현실적 어려움”이라며 “전문가 연구용역을 통해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고 다각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