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한 상황에서 정의당의 적극적인 협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의당이 민주당에 도움을 주느냐 여부에 따라 민주당의 본회의 전략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가장 선호하는 처리 방안은 정의당과 함께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하고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의당이 도움을 주지 않을 경우 민주당은 임시국회 ‘회기 쪼개기’ 전술을 쓸 수밖에 없다.
민주당 전략 1…정의당 협력 얻어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국회법 106조에 따르면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면 재적 의원 3분의 1(100명) 이상의 서명으로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를 국회의장에게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24시간 후 무기명 투표에서 재적 의원 5분의 3(180명)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가 강제 종료된다. 이후 해당 안건은 토론 없이 표결할 수 있다.
민주당의 계산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지원을 받아 27일 본회의에 검수완박 법안 중 하나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한 다음, 24시간 후인 28일 형소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나머지 검찰청법 개정안을 바로 상정해 그 하루 뒤인 29일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5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의에 올리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 의원은 171명이다. 여기에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 등 범여권 정당 의원과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 6명(구속 중인 이상직 의원 제외)을 포함해도 180명을 채울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에게 정의당은 도움은 절실하다. 하지만 정의당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민주당은 정의당이 박 의장 중재안에 대해선 4월 내 처리에 협조하겠다고 한 만큼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에서도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7일 “정의당이 4월 내 법안 처리에 찬성 입장을 밝힌 데다, 정의당의 중재안도 민주당이 수용했기 때문에 필리버스터 종료 투표에 당연히 찬성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합의안 본회의 처리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모았지만,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배 원내대표는 이어 “4월 처리에 합의했기 때문에 찬성해야 한다는 의원과 소수 정당의 발언권 확보를 위한 장치를 소수 정당이 막는 것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는 의원이 있어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모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부터 ‘이탈표 단속’에 나섰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론적으로는 최대 185석이니까 숫자를 맞췄다. 개인사들이 있으니 출석 여부는 체크해봐야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그렇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무조건 표결로 필리버스터를 종료해야 한다. 민형배 의원 ‘기획 탈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큰데, 회기 끊어먹기까지 하면 여론이 많이 안 좋아질 것”이라며 “의원들 전부 스스로 몸 단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략 2…임시국회 ‘회기 쪼개기’로 필리버스터 무력화
만약 정의당이 필리버스터 종결에 동의하지 않거나 무기명 투표인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에 ‘이탈표’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면 민주당은 ‘회기 쪼개기’ 전술을 쓸 수밖에 없다.
자력으로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할 수 없기 때문에 27일 이후 첫 본회의에 형소법 개정안을 상정하면서 당일 자정 회기를 종료해 버리는 것이다. 필리버스터는 회기 내 무제한 진행할 수 있지만, 회기가 끝나는 순간 자동 종료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필리버스터가 신청된 안건은 다음 회기 첫 본회의에서 자동 표결되기 때문에 형소법 개정안을 표결하면서 다시 회기를 끊어 검찰청법 개정안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전략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박 의장과 상의를 하겠지만 회기 종료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회의 개최만 앞둔 민주당 내에서는 박 의장에게 본회의 개의와 검수완박 법안 상정 명분을 주기 위해 필리버스터 종료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의견과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이탈표’에 대한 우려 때문에 보다 확실한 회기 쪼개기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충돌했다고 한다.
다만 국회법상 천재지변 등의 이유가 아닌 경우 임시회 소집은 국회의장이 3일 전 공고하게 돼 있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는 방식보다 시간이 더 소요된다. 민주당은 두 법안 처리에 최소 6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당장 27일 본회의에서 회기 끊기에 돌입하면 사흘 후인 30일 새 회기를 시작해 형소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다시 사흘 후인 다음 달 3일 새 회기를 열고 검찰청법을 처리하게 된다.
이렇게 통과된 법안들은 다음 달 6일로 예상되는 임시국무회의를 통해 공포될 것으로 보인다.
단, 회기의 기한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박 의장의 권한이기 때문에 이날 오후 예정된 박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 결과가 주목된다.
박 의장 측 관계자는 “의장께서 숙고하고 계신다”면서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양당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결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승욱 김승연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