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전통적인 반도체 비수기인데도 역대 1분기 중에 가장 큰 매출을 거뒀다. 메모리 반도체가 선전을 했다.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한 효과도 톡톡히 봤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12조1557억원, 영업이익 2조859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3.1%, 영업이익은 115.9% 각각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1조9829억원으로 같은 기간 99.8%나 증가했다.
매출은 1분기를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직전 최대치이었던 2018년 1분기(8조7197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통상적으로 1분기는 반도체 산업의 전형적 비수기로 분류된다. 그런데도 전체 분기를 기준으로 최대 기록인 지난해 4분기 매출(12조3766억원)에 육박했다. 영업이익도 반도체 산업의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1분기(4조3673억원) 다음으로 많다.
SK하이닉스의 이번 실적은 금융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1분기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11조7758억원,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3조499억원으로 추산했었다. 반도체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SK하이닉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예상보다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하락 폭이 작았고, 지난해 말에 자회사로 편입된 솔리다임의 매출이 더해지면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뤘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에서 지난해 말에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의 1단계 인수작업을 마친 뒤, 미국 산호세에 세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자회사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 들어 공급망 불안 등의 어려운 사업환경에서 일부 IT제품의 소비가 둔화했다. 하지만 고객의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맞춰가고 수익성 관리에 집중하면서 호실적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회복한다고 전망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D램 수요 성장률은 10% 후반대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 출하량도 비슷한 수준의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올해 전체 낸드플래시 수요 성장률은 30%로 예측하고, SK하이닉스의 출하 성장률은 이를 상회할 것으로 본다. 스마트폰과 PC의 수요가 다소 둔화하겠지만 서버와 데이터센터를 기준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SK하이닉스는 과거 판매했던 일부 D램 제품에서 발생한 품질 저하 현상에 따른 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D램 공정의 일부 변화에 따른 문제다. 관련 비용 약 3800억원을 일회성 판매보증충당부채로 처리하기로 했다. 고객 협의를 거쳐 제품 교환 등 보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