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과정에서 정의당과 사실상 손을 잡기로 하면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더라도 정의당 협조로 강제 종료가 가능해져 오는 29일이면 법안 처리가 마무리된다는 게 민주당 쪽 계산이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26일 “합의안이 본회의에 올라오면 당연히 찬성”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연말까지 검찰의 선거범죄 수사권을 존속시키자’는 정의당 측 수정안을 반영한 법안을 법사위에 상정했다.
배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뒤 취재진에게 “양당 원내대표와 의장님께서 중재를 했고 그 중재안에 대해 양당 의총에서 인준을 받고 만들어진 합의안”이라며 “이 합의안에 대해 정의당은 4월 국회 내 처리해야 한다고 이미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의당은 지난 13일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강행처리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라는 방향에는 찬성하지만 무리한 강행 처리에는 반대한다는 취지였다.
당시 민주당으로서는 국민의힘 측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키려면 정의당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를 위해선 국회법에 따라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180명)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최근 민형배 의원이 검수완박 법사위 통과를 위해 형식적으로 탈당하면서 171석이 됐다. 이에 민주당 출신 무소속 6석, 기본소득당 1석,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등을 모아도 179석으로 필리버스터 종료를 위해서는 1석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정의당이 협조에 나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방침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취재진에게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 필리버스터 등 국회법이 정한 모든 절차와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필리버스터는 국민의힘이 본회의가 열리기 전 신청하면 시작된다.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종결을 신청하면 24시간 이후 무기명 투표를 진행한다. 재적의원 60% 이상(180명)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는 종료되고 곧바로 법안 표결이 시작된다. 검수완박을 위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표결을 각각 진행해도 사흘이면 두 법안을 모두 처리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내부 이탈표가 없도록 관리만 하면 되는 상황인 것이다.
민주당 전망대로면 이르면 오는 29일까지 검수완박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모두 처리된다.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리는 다음 달 3일까지 1주일이 남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그대로 법안을 공포할 경우 4개월 뒤인 9월부터 법이 시행된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