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조국 딸 불쌍하다’는 말 자체가 스트레스”

입력 2022-04-27 05:19 수정 2022-04-27 14:59
유튜브 '성제준TV' 화면 캡처

‘국정농단’ 사건으로 형이 확정돼 수감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6년 만에 유튜브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정씨는 자신처럼 입시 비리가 문제가 됐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 논란 때문에 방송에 나왔다고 밝히며 “조국씨 딸이 불쌍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했다.

또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사건에 대해 “전혀 통쾌하지 않다. (조민씨도) 조 전 장관에게는 소중한 딸”이라며 과하게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난 출산 다음 날 압수수색… 6년 깡으로 버텨”
정씨의 모습은 26일 유튜브 채널 ‘성제준TV’가 올린 “성제준이 묻고 정유라가 답하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정씨는 “6년 동안 비슷하게 살았다. 끊임없이 기자들이 찾았고, 여전히 허위사실에 고통받고 있다”며 “어떤 사회활동, 경제활동도 못 한 채 똑같이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밝혔다.

정씨는 그간 공식 입장을 내지 않다가 모습을 드러낸 이유에 대해 조 전 장관 딸 조씨 논란을 언급했다. 조씨는 최근 부산대와 고려대에서 입학이 취소됐고,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정씨는 “지금 다른 분들의 학위 논란이 있다. 그전에는 어머니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안에 계시고 저보다 더 힘든 분들이 많으니까 뭐라 말을 못 했다. 그런데 똑같은 학위 문제임에도 저처럼 마녀사냥을 당하지 않더라. 저도 자식이 있으니까, 대비하기 위해 말하러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자신에게만 엄격한 잣대가 적용됐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민주당원이 가장 많이 말하는 게 조국 따님 인권을 박살 냈다는 것”이라며 “국세청이 (고발해 검찰이) 제가 출산한 다음 날 병실로 압수수색을 나왔다. 지금 조민씨에게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가만히 계시겠나. 절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수술해서 가운 하나 입고 있는데 ‘아기만 신생아실 보내고 얘기하자’고 했다. 이게 6년 동안 민주당원들이 묵과한 인권이고 제 6년 동안의 삶”이라고 했다.

이어 “조국씨 딸은 편들어주는 사람도 있고,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부모도 있지만 저는 가족 전체가 난도질 쳐져서 어머니도 그 안에 계시고 아버지도 멀리 계신다”며 “저는 애 붙잡고 홀로 6년을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조국씨 딸이 불쌍하다 이런 말 나오는 거 자체가 스트레스”라며 눈물을 보였다.

“정경심 사건, 통쾌하지 않다… 조민도 소중한 딸”
정씨는 또 ‘정경심 교수 입시비리 사건은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통쾌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사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전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며 “그 사람들이 했던 것처럼 ‘꼴 좋다’ ‘당연한 거다’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조민씨를 과하게 비판해선 안 된다는 취지인가’라는 추가 질문에 “그렇다”며 “그 사람도 누구한테 소중한 딸이고 저도 제 자식이 소중하다”고 했다.

정씨는 조 전 장관처럼 가족 문제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 것을 두고는 억울하다고 했다. 그는 “내가 잘못했으니 반성하고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 이틀, 1년, 2년이 지나니까 저의 생활이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조치를 취해야 했다”며 “이 사건으로 제 인생 전체가 망가졌다. 앞으로 허위사실에 대해선 언론사, 국회의원, 정부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했다.

“尹에 악감정 없다”… 모친과 불화설도 일축
정씨는 자신의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했다. 그는 “제 잘못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물론 이게 스포츠계 관행이라고는 하지만 법적으로 보면 출결 미달로 인한 학위 취소는 맞는다”며 “전 이게 문제가 안 될 줄 알았는데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더라.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선 인정하고, 학위 취소가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서 먼저 이화여대를 자퇴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서는 “개인적 악감정은 없다”며 “그때 어떤 사람이 ‘이렇게까지 할 문제가 아닌 거 같은데’라는 말을 할 수 있었겠나”라고 했다.

‘독일에 수조원대 비자금이 있다’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일각의 주장에는 “한 푼도 없다. 저희 어머니가 벌금만 200억원이다. 그래서 어머니 재산도 다 압수됐다. 추징금으로도 60억원 넘게 납부해 집을 제외한 재산이 하나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경제생활을 못 해서 집에 있는 돈 쓰면서 살고 있다. 저도 앞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어머니 최씨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정씨는 “한 달에 (최씨에게) 4번 정도 간다”고 했다. “사이 좋은 모녀였다. 제가 첫째 아기를 낳으면서 틀어진 적은 있다. 그런데 그렇게 사이가 나빴다고 하고 싶으면 엄마가 저를 위해 삼성한테 뭐를 했다 그러면 안 되지 않나. 말 앞뒤가 안 맞는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딸 정씨의 부정입학 혐의로 징역 3년을, 국정농단 혐의로 징역 18년을 확정받아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