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손석희 전 JTBC 앵커와의 대담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북한 버르장머리’ 발언에 대해 “국가 지도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26일 JTBC에서 방송된 손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 “윤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이야기하거나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서 굉장히 거칠게 ‘버르장머리를 고친다’는 표현들은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 의장 정도에서는 몰라도 국가 지도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왜냐하면 언젠가는 새 정부도 북한과의 대화를 복원해야 한다. 언젠가는 마주 앉아서 대화할 수도 있는데 그때를 생각한다면 말 한마디가 대화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고 그만큼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점은 윤 당선인이 북한을 상대해 본 경험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빨리 대통령 모드로 가야 한다. 후보 모드와 대통령 모드는 달라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 평가’ 묻자 “평가 안 하겠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긍정적인가’라는 질문에는 “평가를 안 하겠다”며 답을 피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평가하기에 적절한 국면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손 전 앵커가 “과거에는 긍정적으로 평가를 해주셨다”고 언급하자 문 대통령은 “그때는 좋은 대화 파트너일 때였다”고 말했다.손 전 앵커는 다시 “지금은 그렇게 긍정적인 평가는 못 하겠다는 쪽으로 이해를 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되물었고, 문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발사는 분명히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다. 대화를 접겠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며 “이게 대화의 완전한 단절로 가게 될지 여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 “새 정부가 당연히 대화 복원 노력을 미국과 긴밀한 공조 속에 해 나가야 한다. 북한도 빨리 대화의 장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대화라는 합리적 선택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고,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유보하고자 한다”고 했다.
‘남한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어처구니없는, 기본이 안 된 주장”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핵 보유는) 물리적으로는 가능하다. 충분한 기술이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핵비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해야 하고 국제적 제재를 받고 한·미동맹이 위태로워진다. 남북 사이 핵 경쟁이 벌어지고 일본과 대만 등 동북아에 핵 도미노 확산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그냥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넘어 정치인들이 삼가야 할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손 전 앵커가 “점점 발언 강도가 세지는 것 같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그건 좀 나무라야 한다. 언론이 비판해야 하는데 단순 전달만 한다”고 지적했다.
“안보, 진보가 보수보다 잘 지켰다”… 트럼프 긍정 평가
아울러 문 대통령은 안보 문제에 있어 “진보 정부가 (국가를 더) 잘 지켰다”고 했다. 보수 정부보다 안보에서 앞섰다고 자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가) 끝까지 성사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 것이지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노무현, 문재인 정권에서 군사적 충돌이 한 번도 없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는 충돌이 있었다. 어느 방법이 옳은가”라고 반문했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좋게 생각한다”며 “미국 내 혹은 세계적인 평가를 떠나 한국과의 관계만큼은 아주 좋았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 실패로 문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압박에서 벗어나 가장 행복한 지도자 중 한 명이 됐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좋았던 게 그렇게 요구는 해도 오랫동안 제가 받아들이지 않아도 전혀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한반도 운전자론’이 허구라는 지적에는 “그렇게 하면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의 북한 외교도 실패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2017년 우리 정부 출범 초기에 한반도에 조성됐던 전쟁 위기를 그런 노력을 통해서 대화와 외교 국면으로 전환시켰다. 그 점에서 저도 트럼프 대통령도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