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에 합격한 아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남긴 글이 전해져 누리꾼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지난 24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서울대학교 자유게시판에는 ‘돌아가신 아빠가 가엾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은 26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진 상태다.
글쓴이는 “(아버지께) 내가 서울대 합격한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정말 허망하게도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말문을 열었다.
글쓴이의 부친은 어린 시절 주판과 산수를 동네에서 가장 잘해 수학 신동으로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가세가 기울면서부터 막노동밖에 할 수 없었고 사망 직전까지도 공장 일용직으로 일했다. 이혼 후에도 홀로 글쓴이와 그의 동생만 바라보며 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글쓴이는 자신이 성균관대에 합격했을 때도 아버지가 무척 좋아하며 “역시 한 공부하는 자식”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고 적었다.
글쓴이는 이후 다시 반수를 해 서울대에 합격했지만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갑작스러운 사고에 그 모습은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글쓴이는 “아빠가 나의 세대에 태어났거나 그 세대에 풍족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면 분명 아빠도 서울대에 입학하고도 남았을 것”이라며 “우리 집안은 원래 박학한 유전자를 가진 집안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아빠랑 비슷한 나이의 적어도 중산층 이상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공장이 아닌 낭만적인 대학교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고 강단에 올라가신 서울대 교수님들을 보면 아빠의 가능성과 학업에 있어서 기구했던 운명 등 여러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부친이 생전 남긴 메모도 함께 공개했다. 메모에는 “비 오니까 운동화 신고 슬리퍼 필요하면 가져가. 전화 부탁(한다)”이라는 내용의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
글쓴이는 이 사진에 대해 “아빠가 내게 주신 유산은 집도, 차도, 부동산도, 그렇다고 뒷구멍 입학도 아니지만, 평생 남을 운동화가 있다”며 그리움을 드러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버지의 인생은 오로지 자식들을 위한 사랑뿐이었다” “자식에게 좋은 아빠로 기억된다면 충분히 멋진 인생 아닐까?” “아버지께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