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 또 해명…’ 정호영 후보자 쏟아진 의혹에 “문제 없었다” 반복

입력 2022-04-27 07:00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는, 하나라도 부당하거나 부정한 행위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허위, 조작 등 불법은 물론이고 도덕적, 윤리적으로도 어떠한 부당한 행위를 한 바가 없습니다.”

정호영(62)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이래 연일 언론의 각종 의혹제기로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보수진영 내부에서조차 후보자 용퇴를 종용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지만 정 후보자 본인은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정 후보자는 26일 오전에도 자신과 자녀를 향해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물러나지 않을 의사를 재확인한 셈이다. 지난 10일 정 후보자가 지명된 뒤 26일까지 제기된 의혹과 본인 해명을 종합했다.

자녀 편입학 의혹 ① 딸

정 후보자에게 제기되는 가장 큰 의혹은 경북대병원장 재직할 당시 자녀의 경북대의대 편입학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다. 전임 문재인정부에 치명타였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부정 사태와도 비교되며 집중 부각됐다. 정 후보자가 현직 교수인 의대에 자녀가 입학한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2017년부터 4년간 경북대 의대에 학사 편입한 학생 중 부모가 의대 교수인 건 정 후보자 자녀가 유일하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정 후보자는 “부모가 속한 학교나 회사, 단체 등에 자녀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우리 사회의 사회적 규범이 없는 상태였던지라, 어떤 결정이 올바른 것인지 지금도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위 시각을 반박했다.

서울대 조경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한 딸은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으로 있던 2016년 ‘2017년 경북대 의과대 학사 편입 전형’에 합격했다. 딸은 편입시험 최종전형인 구술평가 당시 특정 고사실에서 만점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만점을 준 세 명 중 한 명은 정 후보자와 경북대 의대 동문, 다른 둘은 정 후보자와 여러 논문을 공동 집필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정 후보자는 당시 학교가 심사위원을 무작위 배정했고 1·2단계 각각 달리 배정했다며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딸 외에 2고사실에서도 만점을 받은 지원자가 있었고, 지목된 심사위원들이 다른 수험생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준 사례를 들며 특혜가 아니라고 했다. 정 후보자는 딸의 구술면접 점수가 합격자 33인 중 19위로 높지 않고 당초 38등으로 합격권 밖 예비후보였다가 상위권자들의 편입학 포기로 입학한 사례라며 부정 의혹을 부인했다.

딸이 경북대 의대를 다니던 당시 정 후보자가 강의한 의료정보학 수업을 듣고도 학교에 신고하지 않아 신고 의무가 있는 학교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 후보자는 당시 전체 수업 중 자신이 강의한 건 1시간뿐이며 해당 규정이 개강 뒤에 생겨 숙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자녀 편입학 의혹 ② 아들

편입학 특혜 의혹은 사실 정 후보자 딸보다 아들에 더 집중된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아들은 정 후보자가 병원장이 된 뒤 2018년 지역 고교·대학 출신 대상 특별전형으로 편입했다. 아들은 이전에 편입에 실패했으나 신설된 특별전형 제도로 합격했다. 정 후보자는 면접 점수에 비해 학사성적과 영어성적 합산이 17명 중 1위로 높아 심사위원 주관이 작용하는 면접 등에서 부정이 발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아들의 편입학 과정에서 당시 서류로 제출한 논문 2편도 문제가 됐다. 후보자 아들은 두 논문에서 모두 공동저자 중 유일하게 학부생 신분으로 이름을 올렸다. 보도된 다른 공동저자 인터뷰에 따르면 아들은 논문 작성 과정에서 번역과 검색을 주로 담당했다. 그러나 아들이 9개월짜리였던 해당 프로젝트에 마지막 3개월만 참여하고도 자기소개서에는 ‘초반부터 참여했다’고 적거나 ‘선배들이 놀랄만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한 게 문제가 됐다.

아들은 주 40시간을 학생 연구원으로 근무했다고 했지만 학기 중 19학점을 수강한 기록도 발견돼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후보자 측은 강의실과 연구실이 한 건물에 있었으며, 아들이 공강 시간은 물론 야간·주말에도 연구에 참여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해당 논문 자체가 중국인 유학생의 석사학위 논문을 번역해 짜깁기한 수준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동저자인 교수가 10년간 국내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35건 중 학부생이 논문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건 정 후보자 아들이 유일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해당 교수는 의혹이 제기된 중국인 유학생의 지도교수이기도 했다. 이 유학생이 후보자 아들보다 2배 긴 6개월을 일하고도 해당 논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자녀 모두의 자기소개서에 기재된 경북대병원 자원봉사 경력도 도마에 올랐다. 두 자녀가 자원봉사한 기간, 병동이 모두 겹치는 등 편의를 봐준 흔적이 있다는 의혹이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해당 봉사활동을 희망하는 이들은 경북대병원 사회사업실을 통해 상시 신청이 가능해 특혜 여지가 없다고 해명했다. 병역면제를 받을 정도로 척추질환이 있던 아들이 봉사활동을 하긴 어려웠다는 지적에는 침대이송 등 고난도 업무는 맡지 않았다고 답했다.

아들이 학생연구원으로 참여한 연구사업에 경북대병원이 협력기관으로 참여했던 일도 보도됐다. 정 후보자는 사업의 특성상 대구 지역에 위치한 다른 병원도 함께 참여했고, 연구사업에 별도 연구비를 지원하진 않았다고 했다.


아들 병역 의혹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 입장문을 읽고 있다. 정 후보자는 아들에 대해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재검증을 한 결과 2015년 4급 판정 사유와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편입학 특혜 의혹 외 또 하나의 주요 쟁점은 아들의 병역 의혹이다. 아들은 2010년 첫 신체검사에서 2급 현역판정을 받은 뒤 2015년 경북대병원에서 받은 병무진단서로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인 4급 판정을 받았다. 정 후보자 측은 학업 등으로 앞선 2013년 척추질환(척추협착) 진단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최종 병역 판정이 4급으로 확정된 아들은 대구지법에서 2020년까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했다.

정 후보자 측은 경북대병원에서 MRI(자기공명영상)를 촬영한 뒤 병무청 신체검사장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다시 4급이 나왔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들은 지난 22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이틀간 재검사를 받아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다만 경북대병원 측이 2015년 진단서에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기재하고서 주진단명을 척추협착증으로 적은 것은 유리한 판정을 받도록 편의를 봐준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정 후보자 측은 주진단명이 다를 뿐 두 증상 모두 아들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병역면제 기준이 어차피 질병명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디스크 돌출 정도와 신경압박 정도로 판정되는 것이라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 후보자는 필요 시 국회가 추천하는 의사에게 다시 진단을 받는 것도 수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척추질환이 있는데도 그간 병원 진료를 받은 적이 드물다는 지적에 대해선 아플 때 진통제를 먹거나 본인 의료지식으로 관리했다고 했다.

병역 재검을 받을 때 학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당시 4년제 대학 마지막 학기에 재학 중이었음에도 6년제 대학을 졸업했다고 적어냈다는 지적이다. 정 후보자 측은 병무청의 기입 착오라고 해명했고, 병무청 역시 담당 직원의 실수라고 보도자료를 냈다.

정 후보 본인 의혹

정 후보자 본인 문제에 대한 의혹도 잇따라 제기됐다. 정 후보자는 과거 지역 신문에 게재한 칼럼에서 결혼과 출산을 애국에 비유하고,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 취업과 시설운영을 제한한 데 대해 “여성의 손목에 실을 매어 옆방에서 진맥을 했던 선조들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며 비꼬았다. 정 후보자는 앞선 칼럼에선 “10여년 전 외과 교수로서 저출산 현상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양한 의견 중 하나로 개진했던 것”이라고 했다.

경북대병원에 근무할 당시 허가 없이 각종 단체에 이름을 올린 것도 비판을 받는다. 그는 진료처장이던 당시 새마을금고 이사장직을 병원장 허가 없이 겸직해 2015년 교육부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정 후보자 측은 새마을금고 이사회가 설립된 1994년부터 경북대병원 진료처장이 이사장을 맡아왔다며 당시 감사 직후 겸직 허가를 계속해서 받아오고 있다고 했다.

정 후보자는 경북 상주에 위치한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임원으로도 재직하며 2년 5개월간 약 3200만원 보수를 받았다. 정 후보자는 비상임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이 기간 열린 회의 중 절반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정 후보자 외 같은 절차를 거쳐 이 기관 비상임이사가 된 이들 중 환경·행정 분야 인물이 아닌 건 정치인·법조인 각각 1명씩이 전부다. 정 후보자 측은 최초 해명 당시에도 공모가 아닌 ‘환경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한 데다 당시 서류면접에서도 지원자 10명 중 1위로 통과한 일이 드러나 애초부터 내정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이를 포함해 7개 기관 겸직 활동을 하면서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도 지적됐다. 정 후보자 측은 대부분이 비영리기관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관계로 관련 규정을 세밀히 살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병원장 시절 공무상 출장 명목으로 친목 모임을 다녀왔다는 의혹도 있다. 정 후보자는 지명 뒤인 13일 제출한 2018년 공무상 국외 출장 계획서 및 귀국 신고서에 동창회 골프·크루즈 투어 사실은 적지 않고, 경북대병원 현황 및 업적을 보고하고 위암 연수강좌만 활동 내용으로 적었다. 정 후보자 측은 해당 동창회 총회가 병원장이나 의과대학장이 관례적으로 가는 것이라면서 자신은 골프를 치지 못해 골프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과거 캐나다와 아일랜드, 체코 등에서 열린 해외 학회에 참석하며 부인과 동행한 일도 드러났다. 이중 한 출장에선 학회 닷새 전 출국해 학회가 끝나기도 전에 귀국한 일도 있었다. 정 후보자는 부인 경비는 일체 후보자 사비로 지출했으며, 사후 경북대병원으로부터 받은 비용도 출장비가 아니라 학술활동경비 보조금 명목이라고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