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검 초임검사 “현 사법체계는 여과지…‘검수완박’ 반대”

입력 2022-04-26 18:37
전국검사장회의가 열린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검찰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 최현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에 검찰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초임검사들도 법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검찰 수사권이 박탈되면 실체적 진실 발견이 어려워지고,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지방검찰청 초임검사 12명은 26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고 일선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검수완박 법안을 비판했다. 해당 초임검사들은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사로 임명된 이들이다.

초임검사들은 “수사를 경험한 시간이 길지 않으나, 사법경찰관의 수사 결과를 검사가 다시 한 번 검토하는 것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결론을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1차 수사기관인 사법경찰관과 2차 수사기관인 검사를 거치는 현 사법 체계는 마치 여과지와 같다”며 “사법경찰관이 걷어내지 못한 장막, 놓쳤던 실마리를 잡아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었고, 그로 인해 누군가는 감춰지길 바라던 죄들이 명명백백히 드러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수사권이 박탈돼 독자적으로 증거를 채증할 수 없고, 결과를 통지한 수사기관(경찰)의 눈으로만 사건을 본다면 그 결과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사법정의를 실현하려면 경찰과 검사 사이의 소통도 원활하게 해야 할 것”이라면서, 검수완박 법안을 가리켜 “도리어 그나마 남아있는 (소통의) 길마저 없애는 것을 개혁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현 검수완박 법안은 형사사법제도로부터 사회적 약자를 소외시킬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초임검사들은 “형사사법제도가 복잡해질수록 재정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에게 유리하다”며 “복잡한 제도를 알아보기도 어렵고, 도움을 받기도 어려운 사람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국가의 전반적 운영과 국민 생활에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이와 같이 성급하게 바꾸는 연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초임검사들은 “검찰이 잘못한 것이 있어 개혁돼야 한다면 감내해야 하지만, 수정하는 방법에 명백한 오류가 있다면 이의를 제기하는 것 또한 공직자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