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수요 급증에 친환경 규제 거세진다

입력 2022-04-26 17:28 수정 2022-04-26 18:39

유럽연합(EU)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배터리법’이 가시화하고 있다. 배터리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엄격한 친환경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EU로의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운다.

26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최근 환경위원회에서 채택한 ‘EU 배터리 법안’을 압도적 표 차이로 통과시켰다. 찬성 584표, 반대 67표, 기권 40표였다.

EU는 ‘그린딜’(녹색정책) 구현을 위해 지속가능한 배터리법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EU 집행위원회가 2020년 12월에 역내 제품 감시규정을 통합한 배터리 규정안을 마련한 것도 이 일환이었다.

이번에 의회를 통과한 법안은 2년 전 안보다 강화됐다. 배터리의 소재 원료 채취부터 제품 생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지속가능한 기준’을 만든다. 규정을 적용할 대상은 이동식, 전기자동차(EV)용, 경량운송수단, 산업용 등이다. 사실상 모든 종류의 배터리가 해당된다. 김도연 코트라 무역관은 “법안 형태가 지침에서 규정으로 바뀌면서 구속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세부적으로 산업 및 EV용 배터리의 경우 2030년부터 코발트·납·리튬·니켈의 재활용 원료 사용이 일정 비율 의무화된다. 이 비율은 2035년부터 증가할 예정이다. 충전식 산업용 및 내부 저장용량이 2㎾h를 초과하는 EV용 배터리의 경우 공급망 실사 의무를 부과한다. 배터리 함유 원자재의 공급망 추적 및 관리 시스템 구축도 필수다.

기업이 배터리에 포함되는 화합물의 원자재, 원자재 공급 기업, 원산지 등의 정보를 수집·보관해야 하는 것이다. 인권·노동권·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식별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방 및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EU는 자신들의 배터리 기준을 국제 산업표준으로 만들고 글로벌 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궁극적 목표는 전기차 배터리의 ‘자급자족’이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EU 내 배터리 생산설비 가운데 한국 기업 비중은 64.2%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EU 시장 판매 점유율은 71.4%에 달했다.

한국 기업들은 대응에 분주하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책임광물TF’를 구성했다.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책임광물 협의체를 구성해 광물 채굴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급망 구축에 힘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역시 2019년부터 ‘책임있는 광물 조달 및 공급망 관리 연합(RMI)’에 가입해 원재료의 원산지 추적과 생산업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이런 흐름에 맞춰 지난해 4월 한국 배터리 업체 중 처음으로 ‘RE100’에 가입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