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 아워홈의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전쟁’이 다시 불붙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이사진 교체 안건 등을 담아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면서다. 아워홈은 ‘명분 없는 경영복귀 시도’라고 비판했다. 구 전 부회장과 구지은 대표이사 사이에 분쟁이 이어지면서 아워홈은 다시 불안정한 상황에 놓였다.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은 지난해 이사회에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고, 회사의 안정과 미래 성장을 위해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와 상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1만 직원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상황에 회사는 엄중 대처할 방침”이라고 26일 밝혔다. 전날 구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씨의 지분 동반매각 주관사인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한 데 따른 반응이다.
구 전 부회장은 LG그룹 창업자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손자다. 지분 38.86%를 보유한 아워홈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미현씨는 최근 자신의 지분 20.06%(자녀 지분 0.78% 포함)를 구 전 부회장과 함께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구 전 부회장과 미현씨 지분을 합치면 58.62%다. 두 사람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 아워홈 최대주주가 된다. 현재 대표이사인 구 부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구 전 부회장은 임시주총 소집과 함께 이사진 교체를 요구했다. 새로 선임하겠다는 이사진에는 구 전 부회장과 미현씨도 포함됐다. 구 전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복귀를 시도하려는 것이라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구 전 부회장 측은 경영복귀 시도라는 지적을 부인한다. 지분매각을 위해 이사진을 교체하려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라데팡스파트너스는 “두 대주주의 지분매각이 늦어질수록 회사의 안정성이 낮아지므로 신속한 매각절차의 진행을 위해서 빠른 실사와 함께 매수자에 협조적인 이사진의 구성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아워홈 얘기는 다르다. 아워홈에 따르면 지난 8일 구 전 부회장은 라데팡스파트너스를 통해 매각절차를 위한 실사를 요청하면서도 매각 전속계약서 등의 기초자료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워홈은 “위임장 등 적합한 기초자료 확인이 되면 지분 매각 절차에 대한 협조할 의사가 있다고 주주 측에 수차례 전달했지만 이에 대한 응답이 없었다”며 “적합한 절차를 통한다면 회사는 지분 매각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이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금 1000억원 지급을 요구했다는 점도 공개했다. 구 전 부회장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워홈은 2020년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아워홈은 “경영진과 임직원은 불투명한 경영 환경 속에서 회자의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배당금 지급을 요구하는 등 구 전 부회장이 사익 추구를 우선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심히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