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예능인데 연애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설렌다. 참가자들은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라 투자도 한다. 다음 달 6일 종영을 앞둔 엠넷의 ‘마이 보이프렌드 이즈 베러’(MY BOYFRIEND IS BETTER·마보베)는 음악과 연애, 투자 등 ‘3박자’를 갖춘 신선한 포맷으로 주목을 받았다.
‘마보베’의 연출을 맡은 원정우, 김세민 PD를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CJ ENM센터에서 만났다. 이들은 각종 음악 예능이 끊임없이 나오는 가운데 완전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원 PD는 “처음에는 여자친구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남자친구들이 노래 대결을 펼치는 형식을 기획했지만 소원이란 게 추상적이어서 MZ세대의 관심사인 투자를 접목하기로 했다”고 기획 배경을 밝혔다. 김 PD는 “코로나19로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지면서 사랑을 갈망하는 시청자에게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보베’에는 매회 5쌍의 커플이 출연한다. 5명의 남성은 여자친구를 바라보며 감미로운 노래를 부른다. 커플들은 꿀이 떨어질 듯한 눈빛으로 서로 바라본다. 그런데 마냥 달달하지 않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남자친구를 바라보던 여성들의 눈은 500만원의 상금을 드는 순간 냉철하게 바뀐다. 이 돈을 노래를 가장 잘하는 남자에게 투자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올인할 수도, 다른 남자에게 투자할 수도 있다.
참가자 5명은 한 곡을 나눠서 부른다. 참가자가 한 곡을 열창하는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다르다. 김 PD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이 한 곡 전체를 다 부른다면 시청자가 공감하거나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노래뿐만 아니라 남성들이 감성 발라드를 부르며 여자친구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도 보여주려 했다. 김 PD는 “일부러 커플이 마주보게끔 관객석을 마련했다”며 “사전 인터뷰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꿀이 떨어지는 눈빛을 봤고, 이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싱잉 배틀 머니 게임쇼’로 불리는 ‘마보베’는 생경한 형식이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다. 포맷을 만드는 데만 몇 달이 걸렸다. 보통 2주면 끝날 편집 기간도 두 배 늘었다. 촬영하면서 예상 밖의 상황도 많았다. 사전 인터뷰 당시 여성들은 ‘남자친구에게 올인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막상 경연이 시작되자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김 PD는 “1회부터 다른 남자친구에게 올인하는 사례가 생겨서 당황했고, 대부분 분산 투자를 해서 매우 의외였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마보베’를 ‘엠넷답지 않은’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엠넷의 대표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나 ‘슈퍼스타K’는 치열한 경쟁 구도에 초점을 맞춘다. 원 PD는 “엠넷에 ‘마라맛’(매운맛) 프로그램도 있지만 밝고 긍정적인 프로그램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마보베’는 해외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 방송 콘텐츠 마켓 MIPTV에서 주목을 받았다. ‘프레시 TV 포맷’(Fresh TV Formats)에 선정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19년 ‘슈퍼 인턴’에서도 함께 신선한 포맷에 도전한 적이 있다. JYP엔터테인먼트가 신입사원을 뽑는 과정을 오디션 형태로 진행했다. 원 PD는 “새로운 포맷을 시도하는 건 힘든 작업이지만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