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도 국내 증권시장은 기업별 실적에 따라 주가 등락이 엇갈리는 ‘개별 종목 장세’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은 긴축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호실적 가능성이 큰 개별 실적주에 주목했다. 코스피 지수는 26일 장 후반 실적 발표를 앞둔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반발 매수세가 유입돼 11.18포인트(0.42%) 오른 2668.31에 마감됐다.
1. 현대차 [005380]
현대차와 기아가 1분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계기로 동반 강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전날보다 2.75% 오른 18만7000원에, 기아는 4.90% 오른 8만35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매출 30조2986억원, 영업이익 1조928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10.6%, 16.4%씩 올랐다. 영업이익은 2014년 2분기 2조872억원 이후 8년(31분기) 만의 최대치다.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이 이어지면서 판매 대수는 감소했지만, 환율 효과가 전체 물량 감소 영향을 상쇄하면서 매출 증가의 효과가 나타났다. 수익성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고급 차량 제네시스 판매가 늘어난 것도 주효했다. 1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분기보다 8.2% 상승한 1205원이다. 매출 원가율은 같은 기간 0.7%포인트 하락한 80.9%, 영업이익률은 6.4%였다.
신영증권은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이 다시 8조원대를 회복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환율 효과와 믹스 개선, 물량 증가에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아는 현대차 이상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한 18조3572억원, 영업이익은 49.2% 늘어난 1조6065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8.8%로 2012년 2분기(9.8%) 후 약 10년 만에 최고치다. 5%에 가까운 이날의 강세도 이 영향으로 볼 수 있다. 기아의 시가총액은 33조8478억원으로 LG화학(33조5314억원)을 넘어 코스피 10위권에 안착했다.
2. 삼성엔지니어링 [028050]
삼성엔지니어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기록하며 4%대 상승 마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03% 오른 2만4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회사 측은 이날 올해 1분기 매출이 2조1634억원, 영업이익 1744억원으로 잡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각각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1.3%, 62.6%씩 급증한 수치다. 1분기 수주는 2조8086억원으로 연간 수주목표 8조원의 35.1%를 달성했고, 수주잔고는 17억2000억원으로 2021년 매출 기준 2년 4개월에 해당하는 일감을 확보했다.
유안타증권은 “유가 상승과 고유가 환경, 수주 개선 기대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소 밸류체인, 탄소포집 등을 포함한 신사업은 올해 사업성 검토 중심의 단계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해외 수처리 분야와 신사업 관련 기술 업체 인수 여부가 관련 성과로 기대 가능한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 LG에너지솔루션 [373220]
LG에너지솔루션이 3개월 보호예수 해제 물량 해제를 앞두고 오버행(잠재적 대규모 매각 대기 물량) 우려가 번지며 하락 마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19% 하락한 42만35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장 초반 4%대 내림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2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월 27일 증권시장에 데뷔했다. 이에 따라 27일 3개월 의무보유확약 물량이 해제된다. 이날 보호예수 해제로 시장에 풀리는 LG에너지솔루션의 물량은 187만2911주다.
의무보유확약은 기관 투자자가 기업의 신규 상장 시 공모주를 더 많이 받는 대신 주식을 일정 기간 팔지 않고 보유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무보유확약에 대한 보호예수가 해제되면 기관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 오버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공모주 투자자라면 전략적투자자(SI) 등 주요 투자자들의 보호예수, 혹은 권리행사 기간을 살펴 오버행 이슈 발생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 수익률이 최우선 가치인 사모펀드나 기관투자자로선 기대 수준을 충족했다면 차익실현을 하는 쪽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의 1개월 의무보유확약 물량이 해제됐던 지난 2월 28일 주가는 1.9% 하락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여의도 산책. [3분 국내주식]은 동학 개미의 시선으로 국내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루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