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견제가 어려워지는 ‘검수완박’은 중국이나 구 공산권 국가 제도와 지향하는 바가 비슷하다.”
“검찰 직접 수사권 폐지는 부패척결 수사 체계와 노하우를 해체하는 것이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이정수 지검장과 1~4차장검사들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의 문제점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중재안 통과를 재고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지검장은 “저희가 밥그릇을 지키거나 전관예우 때문에 이런 설명을 드리는 게 아니다”라며 “그만큼 국민들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살인범, 마약범죄 발견해도 검찰 보완 수사 못해”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은 중재안 내용 중 검찰의 보완수사가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규정된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정진우 1차장검사는 “현행 규정상으로도 경찰 송치사건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한정해 보완수사가 인정된다”며 “현행 규정으로도 신속한 실체관계 규명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범죄의 공범 및 동종범죄만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가 가능하다. 정 차장검사는 “살인 사건 피의자의 마약범죄가 현장에서 드러났지만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어서 경찰에 다시 보완수사 요구를 했고 아직 회신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불법게임장 개장 사건에서도 종업원을 수사하다가 실제 주범인 영업주가 발견돼도 경찰에 돌려 보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도 보완수사로 인한 사건 처리 지체가 심각한 상황인데 보완수사 범위를 더 좁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 차장검사는 “결론적으로 오히려 검찰의 보완수사를 강화하는 게 경찰 견제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박철우 2차장검사는 “아동학대 사건인 정인이 사건의 경우 경찰 송치 사건이지만 송치 후 수사검사가 보완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밝혔고 공소 유지까지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단지 수사를 개시했다는 이유 때문에 수사검사가 공소유지를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진재선 3차장검사는 중재안이 당장 시행될 경우 오는 6월 지방선거 관련 수사가 사실상 증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거범죄는 6개월이 시효이기 때문에 중재안에서 아무 대체기관 없이 검찰 수사를 폐지할 경우 범죄는 남고 수사는 고스란히 증발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태훈 4차장검사는 경찰 수사에 대한 충분한 견제장치 없이 검찰 수사만 도려내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김 차장검사는 “중재안처럼 수사지휘권이 폐지된 상태에서 직접수사권까지 폐지하면 경찰 견제가 어려워 진다”며 “이런 건 중국이나 구 공산권 국가 제도와 지향하는 바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경찰 수사에 대한 철저한 지휘권 규범화돼야”
그는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대부분 대륙법계 국가는 경찰수사에 대해 철저한 지휘를 하고 감독 권한이 규범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오스트라아는 형사소송법에 경찰이 수사를 개시, 종결할 때 뿐 아니라 수사 중간에도 검찰에 수사상황을 보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대부분의 수사를 경찰(공안)에 일임한 중국조차도 공무원의 직무 범죄 등 일부 범죄에 대한 인민검찰원의 직접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수 지검장은 이날 기자 설명회를 연 것에 대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집단행동으로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에 호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