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검이 기업형 보이스피싱 조직 검거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개정안이 입법되면 서민 생활과 밀접한 중대 범죄에서도 피해 구제가 어려워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동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부장검사 이곤호)는 26일 “자금세탁 후 보이스피싱 피해액 약 15억원을 중국으로 빼돌린 보이스피싱 조직원 4명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죄 등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내 조직이 금융사기로 편취한 범죄수익을 중국으로 빼돌리는 실체를 확인한 최초 사례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애초 4700만원 상당을 빼돌린 현금수거책 사건을 일선 경찰서로부터 지난해 7월 송치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자금세탁 계좌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아 추적에 들어갔으며, 경찰이 넘긴 범죄 외에도 580여명이 72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추가 규명했다. 이중 15억원은 중국으로 불법 송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는 피해액 총 1300억원을 중국으로 불법 송금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위해 계좌 압수수색 및 분석, 유령법인 수사, 20여대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진행했다. 자금 반출 창구를 2곳으로 압축한 뒤 이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특정했다. 검찰은 성남 안동 포천 이천 부산 포천 지역을 비롯해 3명 이상으로 운영되는 9개팀이 전국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형 보이스피싱 조직’인 셈이다.
국외반출책인 중국 국적 A씨(58)는 한국인 사업가 B씨(61)씨가 운영하는 무역회사를 통해 허위 수출입 서류로 중국에 범죄 수익을 송금했으며, B씨는 반출 자금 전달 및 불법 송금 지시 및 확인 역할을, C씨(68)는 자금세탁 등을 담당했다. 검찰은 “기존 현금수거책, 통장양도책 중심의 수사만으로는 상위 조직원을 추적하거나 전체 범행 전모 규명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곤호 부장검사는 “이번 사건은 검찰의 보완수사가 현실에서 어떻게 일반 서민과 국민을 보호하는지 보여준다”며 “추가 피해가 발견돼도 검찰 단계에서 수사를 할 수 없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없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