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다 드셨으면 마스크 좀…” 혼돈의 실내 취식

입력 2022-04-26 09:33 수정 2022-04-26 09:38
실내 다중이용시설 취식이 허용된 25일 서울 용산역 이마트 직원이 시식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중이용시설 실내 취식이 허용된 첫 날이던 지난 25일 오전 11시20분. 서울 중구 한 대형마트에서 요거트 시식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교복을 입은 남고생 2명이 시식대에 다가가 조심스럽게 요거트를 맛보더니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맛있다”는 대화를 나눴다. 그대로 이동하려 하자 직원들은 “마스크 바로 올려주셔야 해요”라며 이들을 저지했다.

마트 직원들은 점심시간을 앞둔 낮 12시쯤 한자리에 모였다. 10여분간의 회의를 하더니 ‘시식 후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뒤 매장 이용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판을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에 다시 걸어뒀다. 마트 관계자는 26일 “취식 후 실내 마스크 착용이 잘 이뤄지는지 긴장하며 시식대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내 다중시설에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게 되면서 사실상 마스크 탈의가 가능해졌지만 곳곳에서는 ‘노 마스크’를 둘러싼 혼란이 이어졌다. 실내 취식과 마스크 착용 해제 지침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 시흥의 한 편의점에는 마스크를 턱에 걸친 50대 남성 2명이 들어와 막걸리를 찾았다. 카운터를 지키던 최모(38)씨가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하자 “예민하게 군다”며 “이제 다 풀린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최씨는 “코로나가 끝났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니 ‘마스크를 끼지 않아도 된다’고 착각하는 손님들이 종종 있다”며 “마스크 미착용자는 입장할 수 없는데 ‘이제 괜찮다는데 컵라면 하나만 먹고 가겠다’고 말하는 손님도 생겼다”고 말했다.

영화관도 마스크 착용 지침을 혼동한 고객을 대비해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종로구 한 영화관 직원들은 영화 상영 중에도 수시로 ‘마스크 점검’을 돌았다. 팝콘 등을 판매하며 “음식을 먹을 때만 마스크를 내려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어서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해도 잘 지켜지지 않을 것 같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마스크 착용 점검을 이어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노 마스크’ 혼란이 자칫 시비로 번질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취객을 상대하는 택시기사들은 마스크 착용하라는 안내 대신 창문을 여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택시 기사 정모(62)씨는 전날 광화문 인근에서 술을 마신 여성 승객 2명을 태웠다. 이들은 포장해 온 빵을 뜯더니 마스크를 내리고 먹기 시작했다. 마스크 착용 안내를 하려다 정씨는 창문을 열어 환기할 뿐이었다. 정씨는 “날씨도 더워지면서 벌써 ‘노 마스크’ 승객이 많은데 택시에서 음식을 먹어도 된다고 하니 앞으로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민지 이의재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