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25일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JTBC 대담, 문재인의 5년’에서 “검찰에 오랫동안 몸을 담았던 분이 검경수사권 분리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거나 충분한 과정을 거쳐야 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난 13일 검수완박 입법에 대해 “이런 법안 처리 시도는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진행자인 손석희 전 JTBC 앵커가 ‘검수완박으로 고통받을 국민을 위해 한 말 같다’고 언급하자 “편하게 국민을 들먹이면 안 된다”고 일축했다.
이어 “국민을 이야기하려면 정말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정의를 어떤 특정한 사람들이 독점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 법안 자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은 “국회 현안이기 때문에 입법화 과정에서 국회가 충분히 (의견을) 모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답변을 대신했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 중인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에 대해선 “걱정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실 나름의 역할이 있다. 얼마나 잘 운용하느냐가 문제”라며 “기대만큼 해내지 못해도 보완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배경에 대해 “당시 흐름을 주도한 게 윤 당선인이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검찰의 수사 방식을 보면 너무 공교로운 것이 많아서 목적이나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단정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해선 “그분들이 잘못한 게 있어서 잘못에 대한 벌을 받는 것이 맞다 하더라도 그들이 겪었던 고통들은 마음이 아프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것과 관련해선 “저는 한 번도 링 위에 올라가 본 적이 없다. 제가 (이재명 민주당 전 대선후보를) 우리당 후보라고 입도 뻥끗할 수 없었다”며 “그런데 마치 (나 때문에) 선거를 졌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적극적으로 지지활동을 할 수 있고, 또 우리 정부의 성과에 대한 부당한 공격에 대해서는 우리가 얼마든지 맞설 수 있었다면 선거에 도움이 됐을 수 있다”며 “모든 나라가 그런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는데 우리만 유독 (대통령의 손발을) 꽁꽁 묶어놓고 치른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벌어진 부동산 폭등을 적극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적어도 우리하고 비슷한 수준의 나라들 가운데서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 상승폭이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세계적인 시각까지 포함해서 봐야 된다”면서 “코로나 시기 많은 재정(지원)이 풀리면서 유동성이 아주 풍부해지고 저금리에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게 되는 ‘영끌’ 때문에 부동산 수요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좀 더 일찍, 강력하게 했으면 좋았겠다는 후회는 가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임기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임기 내 사면 가능성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사면은 사법 정의와 부딪힐 수 있어 사법 정의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만 행사돼야 한다”며 “사면은 국민의 지지나 공감대가 판단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