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5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도는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굉장히 부적절한 표현”이라며 “편하게 국민을 들먹이면 안된다”고 작심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JTBC에서 방영된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 한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과 손 전 앵커와의 대담은 지난 14~15일 이틀간 청와대에서 녹화로 진행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13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직후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해 “이런 법안 처리 시도는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검수완박에 대해서는 이 나라의 모든 상식적인 법조인과 학계, 언론 등이 전례 없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재심 전문 변호사와 아동학대 사건에 진심을 다해온 변호사들이 자기 이름을 내걸고 반대하는 이유를 생각해달라”며 “그 이유는 자명하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들이 크게 고통 받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표현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검수완박에 찬성하지 않는다거나. 그 길로 가더라도 충분한 과정 거쳐야 된다고 말씀하실 수는 있겠으나 ‘반드시 막겠다’는 식의 표현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 후보자가 ‘국민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 “그냥 편하게 국민을 들먹이면 안 된다. 국민을 이야기하려면 정말 많은 고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대한민국의 정의를 특정한 사람들이 독점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수사권을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내용의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해 “합의가 잘 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조국 가족들이 겪은 고통 마음 아파”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발언했는데 그 마음에 변함이 없나’라는 질문에는 “그 사람, 그 가족들이 겪었던 고통들은 마음이 아프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 분들이 잘못한 게 있어서 잘못에 대한 벌을 받는 것이 맞다 해도 결국은 우리 정부에서 민정수석이 되고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되고 하는 바람에 그런 상황이 된 것”이라며 “그런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없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발언은 진심이었나’라는 질문에는 “역대 정부 중 우리 정부처럼(깨끗한 정부가 없었다)”라며 “대통령 주변에 친인척, 특수관계자, 고위인사가 금품을 받고 부당한 특혜를 준다든지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 (문제가 된) 사람들은 직권을 남용했다 이런 정도”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시점이나 수사 방식을 보면 공교로운 부분이 많다. 그게 목적이나 의도가 포함됐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저는 단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인사가 아직도 ‘환상의 투톱’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검찰총장을 했던 분이 야당 후보가 돼서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이상한 모양새가 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당시 윤석열 검사는 아주 결기 있는 강골 검사로서 신망이 높았다. 그런 기대로 검찰총장에 임명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