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2주 남겨둔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우리 인사에 있어 때때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은 점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임기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후회하는지 묻는 질문에 “이번 선거(대선) 과정에서도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가)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며 답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해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지금도 같은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깊은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뤄두고 싶다”며 대답을 피했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 등의 임기 내 사면 가능성에 대해선 “사면은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사면은 사법 정의와 부딪힐 수 있어 사법 정의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만 행사돼야 한다”며 “그분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의 지지나 공감대가 판단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종교계와 재계 일각에서 제기된 사면 요구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할 경우 임기 종료 전날이자 석가탄신일인 5월 8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5월 8일 전까지 국민 여론을 지켜보면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 공약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청와대에 대한 소회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시대를 끝내는 것이 그동안 청와대의 역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때문에 뭔가를 청산한다는 의미라면 다분히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의 성취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74년 간 이어져 온 청와대의 역사 자체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5월 9일 오후 6시 청와대에서 퇴근을 할 계획”이라며 “하룻밤을 청와대 바깥에서 보내고 다음날 새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 이후 KTX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기) 마지막 날 밤을 청와대에서 보내지 않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면서 “이를 신구 권력 갈등이라 표현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간담회는 2019년 10월 이후 2년 반 만이다. 지난 1월로 예정됐던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취소됐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