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검수완박’ 의장 중재안, 합의 잘 됐다”

입력 2022-04-25 19:00 수정 2022-04-25 19:02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임기 마지막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임기 마지막으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해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이뤄진 양당 간 합의가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권을 한시적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의 ‘의장 중재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검수완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제 입장은 잘 아실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 기소권이 당장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로서는 불만스러울 수 있고, 반대하는 분들은 그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게 불만일 수 있다”며 “그러나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서로 합의할 수 있다면 그거야 말로 우리 의회민주주의에도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의장 중재안에 대한 검찰 반발에 대해서는 “권한이 축소되는 것이니 그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중재안이) 국민들에게 주는 불편도 걱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합의안에 따르더라도 검찰이 장점을 보여왔던 부패, 경제수사 부분은 직접 수사권을 보유하게 된다”며 “또 영장 검토 과정, 기소 여부 검토 과정에서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잘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검찰의 여러 수사 능력은 중대범죄수사청이 만들어진다면 거기에 검사와 수사관들이 (이동해) 특수 수사능력이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소 불만스러운 점이 있더라도 후속 절차에서 얼마든지 보완될 수 있다”며 “결국 수사권, 기소권의 분리는 검찰과 경찰이 얼마나 협력해 수사 효율을 높이고 공정한 수사를 이루느냐에 달려있다. 검찰이 그런 방향으로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경심 사면 요구에는 “국민 공감대 따라야”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임기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및 윤 당선인을 검찰총장에 임명했던 것과 관련해 후회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렸고 추가할 이야기가 있다면 회고록에서나 해야 될 말 같다”며 “인사에 있어서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더 깊은 이야기들은 다음으로 미뤄두고 싶다”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시민사회 일각에서 이석기 전 의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씨 등에 대한 사면 요청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사면을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분들에 대한 사면이 사법 정의를 보완할 수 있을지 판단은 전적으로 국민들의 몫”이라며 “(사면은) 국민들의 지지 또는 공감대가 따라야 할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청와대 역사, 청산해야 될 대상 아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출입기자들과 막걸리잔을 들고 건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기자들을 향해 “여러분들은 청와대 시대 마지막을 지켜보는 증인들”이라며 청와대 시대가 종료되는 것에 대해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의 역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때문에 청산의 의미로 청와대 시대를 끝낸다는 것은 다분히 역사를 왜곡하고 성취를 부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초대 대통령부터 저까지 역대 대통령마다 공과 과가 있다. 대한민국 역사를 청산하고 바꿔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면 그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청와대는 전체적으로는 계속해서 개방하고 열린 청와대로 나아가는 과정이었다”며 “코로나19가 없었다면 훨씬 많은 분들이 개방된 공간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마지막 날 밤을 청와대에서 보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불편하지 않다. 그런 부분을 조금이라도 신구 정권 간의 갈등으로 표현하지 말아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침까지 청와대에 있다가 떠났던 것을 언급하면서 “노 전 대통령은 초과 근무로 그 시간까지 책임지겠다는 생각으로 계셨던 것”이라며 “(이전에도) 청와대 새 대통령 팀들이 입성할 때까지는 현실적으로 몇 시간의 공백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윤석열 당선인이) 다른 곳에서 직무를 할 계획이고 바로 그날부터 청와대를 개방하겠다는 것”이라며 “저는 여러 의무 연락망을 잘 유지하면 된다. 그렇게 좀 담담하게 일을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기자 대표간사의 인사말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퇴임 후 계획에 관해서는 “아무런 계획을 하지 말자는 게 저의 계획”이라며 “가보고 싶은 데 가보고 먹고 싶은데 찾아가고 보통 사람들의 삶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은 하루 한번씩은 시골까지 찾아온 분들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저는 그렇게는 안할 계획”이라며 “우연히 만날 수는 있겠지만 일부러 그렇게 만나는 일정을 잡지는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서를 주고받은 것에 대해서는 “한반도 평화와 한반도 대화 분위기가 계속되고 다음 정부로 이어지게끔 하기 위한 노력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나성원 박세환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