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다’ ‘우울해’ 검색 폭증…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22-04-25 18:14 수정 2022-04-25 18:21

<사회적 거리두기는 끝났지만 코로나19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와 함께 사는 일상을 모색해야 하는 지금, 감염 이후 겪는 신체적 후유증뿐 아니라 마음의 생채기도 덧나지 않게 살피는 일이 중요해졌다.

전문가들은 일상 회복을 시작하는 지금이 우리 사회 ‘코로나 블루’를 덜어낼 골든 타임이라고 본다. 함께 힘들 때는 잘 드러나지 않던 우울감이 일상 회복 기류 속에 오히려 악화돼 자살률 등 위험 지표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나만 여전히 여기 남았다’는 박탈감이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다.

국민일보는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지자체 코로나19 심리지원단,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요원 등의 도움을 받아 코로나19로 기존 정신병력이 심해졌거나 생애 처음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된 2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정신 건강에 경고등이 켜진 건 포털사이트 검색어 추이로도 확인된다. 국민일보가 2017년 4월부터 지난 24일까지 5년 간 네이버가 제공하는 검색량 분석 프로그램 ‘검색어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죽고 싶다’ ‘우울감’ ‘불면증’ ‘무기력함’ 등의 검색량이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검색어들은 학계에서 사용하는 주요 우울증 진단 기준(DSM-IV)에 포함된 증상들이다.

검색어 트렌드는 검색 빅테이터를 활용한 분석 기법의 하나로 사회적 현상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가늠자다. 검색량이 가장 많을 때를 ‘100’으로 설정해 상대적인 검색량 추이를 보여준다. 이번 분석은 선행 연구를 진행했던 천병철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의 자문을 받아 진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를 전후해서도 ‘의욕저하’ 검색어는 꾸준히 유입됐다. 코로나19 발생 직전(2019년 9월~2020년 1월) 평균 20(검색량 최다인 2021년 8월 셋째주 100대비)을 넘지 않았던 검색량 지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가 예고된 4월 둘째 주에 65, 종료 후인 셋째 주에는 58을 나타냈다. ‘무기력함’ 단어 검색량 추이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자살률과 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죽고 싶다’ ‘우울감’과 같은 검색어 역시 코로나19 이후 크게 늘었다. ‘죽고 싶다’의 경우 2020년 11월 첫째 주 가장 많은 검색량을 기록했고, ‘우울감’도 2020년 9월~11월에 검색량이 최고조에 달했다. 40~50대의 두 검색어 검색량은 최근까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였던 2020년 3월 크게 늘어난 키워드는 ‘죄책감’이었다. 당시 방역당국에서 확진자들의 동선을 추적·공개하면서 확진자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컸던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천 교수는 “특정 검색어들이 코로나 발생 이후 뚜렷하게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면 관련된 사회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여전히 코로나19의 영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판 김유나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