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이어 몰도바도?···러, 공격 타깃 시사에 전운 ↑

입력 2022-04-25 18:08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점령 중인 마리우폴에 전투 중 파괴된 건물이 보인다 AP 뉴시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인구 300만의 작은 나라 몰도바를 다음 공격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몰도바 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AP 통신 등 외신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다음 공격대상으로 몰도바를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군 중부군관구의 부사령관인 루스탐 민네카예프 소장은 지난 22일 “이틀 전 시작된 특별 군사작전 2단계에서의 과제 가운데 하나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과 남부 지역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라면서 “이 경우 크림반도에서 돈바스로의 육로 확보에 더해, 트란스니스트리아로 가는 또 다른 진입로를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트란스니스트리아에도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인구에 대한 억압 사실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몰도바의 동쪽 국경지대에 위치한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과 비슷한 지정학적 특성을 갖고 있다. 지역 주민 30% 정도가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자체 깃발에 소련을 상징하는 낫과 망치가 있을 만큼 친러시아 성향이 강하다. 돈바스 지역이 그랬던 것처럼 이곳에서도 친러세력이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내전이 계속됐다. 1992년 내전은 중단됐지만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러시아 군대가 주둔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민네카예프 소장의 발언은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공격을 시작하면서 내세웠던 명분을 연상시킨다. 러시아는 그동안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민족을 위해 돈바스 지역을 해방하겠다”고 밝혀왔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의 압하지야·남오세티야를 침공할 당시에도 같은 이유를 언급한 바 있다. 때문에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가 ‘제2의 돈바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한 달 넘게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소도시 부차에서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파괴된 러시아군 탱크 잔해가 널려 있는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AP 뉴시스

이에 몰도바 외교부는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민네카예프 소장의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 몰도바 외교부는 “몰도바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지지한다는 러시아 기존 입장과 모순된다”며 “수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근거도 없는 발언이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침공 위협이 커지면서 몰도바 정부는 헌법에 명시된 ‘중립주의’를 수정하려 하고 있다. 지난달 EU 가입을 신청한 데 이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도 검토하고 있다.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은 “우리는 취약 지역에 있는 취약국”이라면서 중립이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지 묻는다면 나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NYT는 이런 가운데 에너지 문제가 몰도바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는 러시아 가스에 거의 100% 의존하는 몰도바를 가스 가격으로 압박하고 있다.

몰도바는 현재 40만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난민 유입으로 공공서비스 부담을 겪고 있다. 또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생필품 등 상품 가격이 급등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60일이 넘은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인 최소 5000명이 사망했고. 1000억 달러(약 124조 400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