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중재안의 ‘중’자도 들어본 적이 없다”

입력 2022-04-25 20:34
김오수 검찰총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도중 발언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국회의장 중재안이 마련된 과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중재안에 대해선 “검찰이 공직자·선거범죄 수사를 못하게 되면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며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총장은 25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는 이유와 현재까지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 22일 중재안 소식에 반발하며 두 번째 사직서를 냈지만, 검찰 안팎에선 김 총장이 중재안 내용을 사전이 인지하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김 총장은 “지난 21일 박병석 의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형사사법체계 근간에 대한 네 차례의 입법 모두 특위를 거쳤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의장께서는 40분간 제 말을 경청했고, 여야 협의과정에 대해선 전혀 말씀하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중재안의 ‘중’자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검찰청이 마련한 자체 개혁 방안을 보고하고 박 의장을 설득하는 자리였을 뿐, 중재안은 논의 테이블에 오르진 않았다는 주장이다. 국회를 오가면서도 중재안 내용을 몰랐다면 더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에는 “제가 무능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전혀 몰랐다”고 했다.

김 총장은 중재안의 4대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가 짚은 위헌성, 수사 공백, 보완수사 약화, 절차적 정당성 문제에 대해선 법조계도 여러 차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 총장은 “선거범죄는 6개월의 단기 공소시효라 경찰과 보완수사 요구·수행을 반복하다 부실 처리될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범죄의 단일성·동일성 벗어난 수사 금지’ 조항에 대해서는 “일체의 여죄 수사를 할 수 없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중재안 규탄 성명을 냈다. 변협은 “검찰의 수사권한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만으로는 기존에 드러난 검찰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국회는 성급한 입법을 중지하고 국민을 위한 진정한 개혁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성착취·보이스피싱 등 배후 세력이 있는 민생범죄의 수사 부실화 가능성 등을 지적했다. 변협은 “(이런 유형은) 수사 개시 후 증거인멸 우려가 커 신속히 조치해야 하는데, 개정안대로면 배후 사정이 발견돼도 쟁점만 첨부한 채 경찰에 사건을 돌려보내야 한다”고 꼬집었다. 숙의 없는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28일부터 변호사와 시민이 주체가 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날 법의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발언을 두고 ‘뼈 있는 언급’이란 해석도 나왔다. 김 대법원장은 “법치주의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입법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한 법을 만들어야 함은 물론 그 집행 과정에서도 특권이나 차별 없이 공평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법치주의와 관련해 원칙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임주언 구정하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