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위해 다시 한 번” 고령층 4차 예약 접종 시작

입력 2022-04-25 20:31
60세 이상 사전예약자에 대한 코로나19 4차 예방접종이 시작된 25일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예진실 안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아파트 친구들 웬만하면 다 자진해서 맞을라고 그려. 노인들은 생명에 대한 애착이 더 있어가지고. ‘이거 걸리면 죽는다’ 하는 거지.”

코로나19 백신 4차 예약접종 첫날인 25일 오후 2시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 2층은 고령자들로 붐볐다. 이날 오전과 오후 통틀어 200건 넘는 예약이 잡혔다. 한모(89) 할머니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내 몸을 위해 왔다”고 강조했다. 뒷자리에 앉아 있던 김을태(68)씨도 입을 뗐다. 운수업에 종사하는 그는 “사망자가 많을 땐 400명을 넘었고 지금도 적지 않다”며 “3,4차 다 맞았으면 그렇게 (사망자가) 나왔겠나. 우리 같은 나이엔 기관지가 약해 감기만 걸려도 몸이 상한다”고 말했다.

대기자들은 형형색색의 방향 표지 없이도 익숙한 듯 접수 창구에 예진표를 내밀었다. 이어 어떤 백신을 맞게 될지 적힌 분홍 스티커를 손등에 붙인 다음 구석에 마련된 예진실로 들어갔다. 마음 급한 이는 줄을 선 도중에 셔츠를 반쯤 벗고 왼쪽 옷소매를 어깨까지 걷어붙였다.

관계자들은 다만 접종 열기가 1~3차 때보다 확연히 식었다고 설명했다. 대상군 자체가 60세 이상으로 한정적인 데다가 차수를 거듭할수록 참여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주에 사흘만 접종하고, 원래 두 개 운용했던 예진·접종실도 이번엔 한 개로 줄였다. 이인혁 부민병원 적정진료실장은 “(과거 접종 땐) 많으면 하루 400~500명도 오셨는데 이번 주는 200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참여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60세 이상 고령층의 4차 접종 사전예약률은 대상자의 22.3% 수준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김정숙 여사와 함께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4차 접종을 받으며 참여를 독려했다.

방역 당국은 같은 날 코로나19의 법정 감염병 등급을 국내 발병 2년 3개월여 만에 2급으로 하향 고시했다. 신규 확진자는 3만4370명으로 지난 2월 8일 이후 처음 3만명대까지 줄었다. 위중증 환자는 668명, 신규 사망자는 110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1주간 보고된 신규 확진자의 22.4%는 중증화 가능성이 높은 60세 이상 고령자로 파악됐다.

1호 ‘국산 코로나19 백신’ 탄생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날 자사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인 GBP510이 임상 3상에서 대조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제품보다 우수한 면역원성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사측은 이달 중 안전성 데이터까지 확보되면 정식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방침이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