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지목한 경제단체들, 이재용·신동빈 사면복권 건의

입력 2022-04-25 17:1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24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이 출장에서 삼성전자는 미국 내 반도체 신규 공장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 연합뉴스

경제단체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일부 기업인의 사면복권을 문재인정부에 건의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 전략산업이 위기에 처했다는 판단에 따라 공개 청원에 나선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25일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했다. 사면 청원 대상자는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을 비롯해 총 20명 이내로 알려졌다. 경제5단체는 먼저 기업 신청을 받고, 그 가운데 이미 형기를 마쳤거나 형기의 대부분을 채워 가석방 상태인 기업인,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기업인을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전했다.

기업인의 사면은 늘 조심스러운 문제다. 그럼에도 경제5단체가 이 부회장, 신 회장의 이름까지 언급하며 정부에 공개적으로 사면을 요청한 배경에는 현재의 위기 상황이 자리를 잡고 있다. 단적인 예로 세계시장에서 ‘K-반도체’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경쟁력 하락과도 연결된다.

산업계에선 대규모 투자를 결행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삼성전자가 이렇다 할 투자정책 등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로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이 부회장의 상황을 지목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77조원이라는 역대급 성적표를 받았지만, 미래 전망은 불투명하다.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은 2017년 이후 잠잠한 상태다. 글로벌 기업들 입장에선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상대로 하는 M&A에 위험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의 경영 구조는 단기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중장기 방향성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IT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산업 변혁기에 총수의 장기적 안목과 전략적 판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경제5단체 역시 이런 문제점들을 청원서에 충분히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단체는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가 경제가 위기 상황”이라며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역량 있는 기업인들의 헌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특별사면복권 조치를 통해 우리 사회가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고 보다 높은 차원의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