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살인’ 모티브된 ‘살균제 참사’…피해자 단체 호소

입력 2022-04-25 17:04

국내 최악의 소비자 참사로 대표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 단체가 옥시레킷벤키저·애경산업을 책임 기업으로 지목하며 불매운동에 나섰다. 두 기업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의 최종 조정안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시민단체와 피해자단체는 25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가 입주한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옥시·애경 범국민 불매운동 선포식’을 열었다.

단체는 “피해 대책을 외면한 무책임한 옥시와 애경을 불매한다”며 “이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앵무새처럼 되뇌며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두 기업을 ‘반사회적 기업’으로 규정하고 “참사 10여년 만에 피해조정안이 겨우 나왔는데도 전체 기업부담의 60% 이상을 책임져야 할 옥시와 애경이 조정안을 발로 차버렸다”며 “이런 기업을 방치하면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 50여곳 143개 환경시민사회단체가 두 기업에 대한 불매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불매 대상 제품으로 지목된 건 옥시레킷벤키저의 손 세정제 ‘데톨’과 의약품 ‘개비스콘’, ‘스트렙실’이다. 애경산업에선 주방세제 ‘트리오’와 세탁세제 ‘스파크’가 불매 제품으로 꼽혔다. 단체는 각 지역 대형할인마트 앞에서도 불매 캠페인 피케팅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조정위는 7027명의 조정 대상 피해자에게 최대 5억3500만원을 지급하는 최종 조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옥시와 애경이 ‘부동의’ 입장을 밝히면서 참사 11년 만의 피해구제 조정은 사실상 무산됐다. 두 기업은 조정금액과 분담 비율의 적정성 등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위는 지난 11일 경과보고 기자회견을 열어 “당초 주도적으로 조정을 요청했던 일부 기업 측에서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는 입장을 표명한 점은 아쉽고 유감”이라고 밝혔다.

영화 ‘공기살인’ 스틸컷.

한편 지난 22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 ‘공기살인’이 개봉되면서 피해자와 가족들의 오랜 고통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영화는 17년간 피 말리는 소송전 속에 고통을 받아온 피해자와 가족들 시선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제조·유통 기업을 그려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공기살인’은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6만484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 수는 7만184명으로 집계됐다. 개봉 첫 주 주말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