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해병대 연평부대서 집단구타·성고문”

입력 2022-04-25 13:46 수정 2022-04-25 13:47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오른쪽)이 25일 서울 마포구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해병대 전방부대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전방부대에서 성희롱·성추행을 비롯한 집단 구타·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25일 서울 마포구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대 연평부대 소속 A병장과 B·C상병 등 선임병들이 D일병에게 집단구타·성고문 등 가혹행위를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가해자로 지목된 세 병사는 군사경찰의 조사를 거쳐 지난 20일 해군 검찰단에 불구속 송치됐다.

센터에 따르면 A병장과 B상병은 지난달 26일 오후 3시쯤 D일병의 상의를 벗기고 신체 일부에 빨래집게를 꽂고 튕기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 같은 날 오후 7시에는 B상병이 샤워를 마친 D일병을 찾아가 탈의실에 있던 이발기로 음모를 밀었다. D일병이 거부했지만 B상병은 오히려 “선임이 했는데 ‘감사합니다’라고 해야지”라며 음모를 한번 더 밀었다. C상병은 옆에서 웃으며 이를 부추겼다고 한다.

성희롱도 이어졌다. 같은 날 오후 8시 B상병은 흡연실에 있던 D일병을 CCTV가 비추지 않는 곳으로 데려가 다른 상병에게 성기를 보여주라며 위협했다. D일병이 바지를 벗자 B상병은 다른 선임들이 올 때마다 같은 요구를 했고 3~4회에 걸쳐 성희롱이 반복됐다. 센터는 가해자들이 지난달 중순부터 D일병의 뒤통수와 뺨을 때리거나 식고문을 하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D일병은 지난달 30일 행정보급관에게 가혹행위를 보고했고, 다음 날 군사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후 가해자들에 대한 불구속 수사가 진행됐다. D일병은 현재 병가를 받아 정신과 통원치료를 받고 있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우울증, 불면증 등의 진단을 받았다.

해병대사령부는 “3월 말 피해자와 면담을 통해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조치했다”며 “가해자가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고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어 불구속 수사 후 기소 의견으로 군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센터는 군사경찰의 불구속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임태훈 소장은 “A병장은 전역을 앞두고 있다며 SNS에 공공연히 자랑을 하는데 피해자는 고통과 불면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가해자들을 즉각 구속수사하고, 반복적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연평부대를 해체하고 부대진단을 실시하라”고 말했다. 센터는 이달 내 고소장을 정식으로 제출할 계획이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