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검은 속내가 보이는 국민의힘 약속을 믿을 수 없다”며 당 지도부의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사실상 입법 강행처리를 촉구한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민의힘은 검찰 정상화법안 처리에 의지가 없다. 민주당의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판사 출신인 이 의원은 당내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이다.
그는 “국민의힘이 덜컥 수사기소 분리를 위한 국회의장 중재안을 수용한 속내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며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중재안도 못 되고, 결국 검찰 정상화를 위한 절체절명의 시간만을 허비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역시 국민의힘은 수사기소 분리의 검찰정상화 개혁을 국민의힘은 수용할 의사가 없었다. 이 대표는 중재안을 재논의하겠다고 한다”며 “공청회를 주장하고, 심지어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다루자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성동 원내대표가 주말 간 내놓은 입장도 의미심장하다”며 “대놓고 검수완박을 저지할 시간을 벌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나면 제대로 싸우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이 중재안을 덥석 받은 것은 치밀한 전략적 계산에서 나온 결론”이라며 “일차적으로 문재인정부 임기 내 어떻게든 민주당의 당론 처리를 막고,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충분히 이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대표는 중재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원내대표 합의를 당 대표가 비토하면서 합의사항 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일은 흔히 있었다”며 “목적은 시간 끌기다. 다음 주 내에 법안논의만 막으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또 “중재안에 따른 후속 입법 과정에서 순탄할 리 없다. 국민의힘은 이 과정에서도 절대로 협조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검찰권 강화를 지속적으로 언급해왔다. 수사-기소 완전분리를 포함한 검찰개혁법안 그 어떤 것도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상황에 며칠 후 국민의힘이 중재안 수용을 번복하고, 민주당 당론법안 처리를 방해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그 어떤 중재안도 민주당의 당론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채 문재인정부의 임기는 끝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의장님의 결단과 민주당 지도부의 기민한 대응을 촉구한다. 정말 시간이 없다”며 글을 맺었다.
한편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비대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합의안 재검토 발언에 대한 논의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잠깐 언급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논의하지 않았다”며 “원내대표단과 의원, 국회의장이 결정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며칠 지났다고 그것을 뒤집을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