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24일 청와대 측이 현 정권의 경제 성적표를 깎아내린 자신의 발언을 맞받은 것에 대해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게 맞는 태도”라고 재반박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후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가지 예를 들겠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채가 굉장히 급속도로 많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부채비율이 D2(일반정부부채) 기준으로 하면 53% 정도인데 우리나라가 지금 51% 정도다. 곧 60%가 몇 년 내로 넘어갈 것이다. 점점 안 좋은 상황으로 가고 있는 셈”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D3(공공부분 부채), D4(연금충당부채 포함 부채)에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국가부채를 늘리는 대신에 공기업들이 부채를 떠안게 하는 방법으로 해서 우리나라 부채 비율을 낮추는 그런 편법을 써온 그런 경우들이 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 문제는 D4다. 문재인정부에서 다른 정부와 전혀 다르게 연금개혁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악화된 것”이라며 “경제학을 배운 사람들 같으면 이미 다 배운 내용 아니냐”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자신을 겨냥하는 듯한 메시지를 낸 것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박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정부 교체기이지만, 경제를 정치적 관점으로 평가하는 것은 다음 정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는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정치권의 경제 평가는 한마디로 ‘폭망’이다. ‘경제는 엉망, 나라는 빚더미, 새 정부는 폐허 위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을 자꾸 듣다 보면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런 지적은) ‘경제 주체’로서의 국민을 경제 현실로부터 고립시킬 위험이 매우 크다”며 “경제 주체의 한 축인 국민을 고립시키고 경제가 잘될 수 없음은 상식이고, 다음 정부의 자충수가 될 수 있음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수석의 글을 두고 안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안 위원장은 지난 11일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경제는 엉망이고 나라는 빚더미이고 국민은 허리가 휘는 상황, 이것이 새 정부가 현 정부에게서 물려받은 성적표라는 것을 국민에게 말씀드려야 한다”고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