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한 데 대해 “일련의 과정들을 국민들이 우려하시는 모습들과 함께 잘 듣고 잘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윤 당선인 측은 밝혔다.
윤 당선인은 이어 “취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취임 이후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24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검수완박과 관련한 윤 당선인의 발언을 전했다.
윤 당선인은 민감한 이슈인 검수완박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는 스탠스를 취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그동안 “국민들 먹고 사는 것만 신경 쓸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거리두기를 했다. ‘검찰 대통령’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배 대변인이 전한 윤 당선인의 발언에서 ‘우려’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눈길을 끌었다. 지난주 내놓았던 “지켜보고 있다” “고심하고 있다”는 언급과 비교하면 한 발 더 나간 입장이다. 다만 여전히 직접적인 의견 표명은 자제하는 모양새다.
인수위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직접 검수완박 국면에 ‘참전’하는 순간, 검수완박 이슈는 블랙홀처럼 다른 현안들을 모두 빨아들일 것”이라며 “또, 민주당이 짜놓은 ‘검찰 공화국’ 프레임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이날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날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만약 이 법이 통과되면 이행 과정 중에서 범죄자들이 숨 쉴 틈을 줘서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우려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어 “(검수완박 관련 법안은) 우리나라 사법 체계의 가장 중요한 근간에 대한 부분”이라며 “좀 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제대로 균형과 견제를 할 수 있는 그런 검경 수사권 조정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당선인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검사는 “대통령 당선인은 1년 전의 말이 거짓말이었는지, 아니면 1년 만에 생각이 뒤집혔는지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검사는 “검찰을 정치 입문 발판으로 삼고, 대권을 잡은 뒤엔 조직을 팔아넘긴 데 불과하다”는 비판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4일 사직하며 남긴 ‘검찰 가족께 드리는 글’에서 “검찰의 수사권 폐지는 검찰개혁이 아니라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검수완박을 반대했던 검찰총장이 대선에 승리한 뒤 동조했다는 것은 기가 막힌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차장급 검사는 “당선인 역시 정치인이 된 뒤에는 검찰 수사권 박탈이 나쁠 것 없었던 것 아니겠나”고 꼬집었다.
문동성 이경원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