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와 ‘예비 거야’ 첫 싸움인 한덕수 인사청문회 파행되나

입력 2022-04-24 18:19
강병원(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정부와 ‘예비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첫 격전지가 될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 사이에 긴장이 고조됐다.

민주당은 24일 한 후보자가 인사청문 관련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지 않았다며 25~26일로 잡힌 인사청문회 불참을 선언했다. 새 정부 첫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부터 보이콧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민주당·정의당 의원 8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5일과 26일로 예정된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정상적 진행이 불가능함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향해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을 연기하자고 제안했다.

연기 요청 이유에 대해서는 “그간 민주·정의 양당이 검증과 의혹 규명을 위한 자료를 성실히 제출할 것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한 후보자 측이 국회의 요구를 끝내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사청문특위 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 상태로 청문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허술한 검증에 들러리를 서라는 것”이라며 “기한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자료 제출이 된다면 하루빨리 청문회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청문특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의 연기 요청을 일축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내고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은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 절차를 종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국회는 26일까지 청문회를 마쳐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특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정권이양기 첫 총리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5월 10일까지만 인사청문회를 마치면 된다”며 “국민의힘이 단독으로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강행한다면 민주당은 한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을 부결시킬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국회의 인준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총리 인준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통과되므로 다수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 '국무총리 후보자' 자리가 마련돼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기점으로 윤석열정부 첫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릴레이 인사청문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을 낙마 리스트에 올리고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이 가운데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날짜만 5월 3일로 확정됐다.

민주당에선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낙마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중진 의원은 “한덕수 후보자를 먼저 날릴지, 한 후보자를 지렛대로 다른 후보자들을 날릴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민주당의 전략을 ‘새 정부 발목 잡기’로 규정하고 각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방어에 나설 방침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