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제 가족의 길, 그 끝은 정의로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2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6)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된 이튿날인 지난 15일 당시 사건 주임검사였던 한대웅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검사)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편지는 숨진 자매의 사촌언니가 직접 손으로 쓴 것이었다.
유족은 “열심히 살아온 외숙모와 어린 동생들이 김태현에 의해 너무나 잔인하고 고통스럽고 억울하게 생을 마감했다”며 “일가족 생존자도 없는 이 사건은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실제 집 안에서 발생해 목격자도 없던 사건에서 잔혹한 범행 사실을 알고 있는 건 피고인 김태현뿐이었다.
실체를 규명하는데 어려움이 컸던 사건이었지만, 유족은 진심을 다해 조사하는 검찰을 보고 희망을 얻었다고 했다. 유족은 “사회에 대한 신뢰감이 바닥 났고, 누가 이 사건을 유족·지인의 마음으로 조사할 수 있을까 부정적인 마음이 가득했었다”며 “그런데 억울한 사연을 하나하나 들어주시고, 공감하시는 진심의 눈빛을 볼 때마다 감사했다”고 썼다.
실제 수사 당시 검찰은 유족의 언론 인터뷰를 단서로 추가 증거를 찾는 등 증거 수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유족은 인터뷰에서 김태현이 작은 딸을 살해한 뒤에도 살아있는 것처럼 어머니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 같다고 했다. 이를 본 수사팀은 유족에게 반환됐던 작은 딸의 휴대전화를 다시 받아 분석했다. 이는 우발적 살인이라는 김태현의 주장을 깨는 증거가 됐다.
스토킹 혐의 부분도 경찰 수사 당시 검찰과의 협의를 통해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필 부산지검 동부지청 인권보호관(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은 “피해자가 세상을 떠난 사건에선 검찰 수사로 한 번 더 들여다보는 과정이 특히 필요하다”며 “판례를 참고해 증거를 수집·현출하는 검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편지는 “세상에 대한 원망과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는 말로 마무리됐다.
일선 검사들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이 실현되면 김태현 사건과 같은 강력 사건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형사부 검사는 “경찰 송치 사건과 단일성·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 금지 등 검찰 보완수사에 대한 과도한 제한은 추가 범죄 인지를 어렵게 하거나 절차를 지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