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기어’ 르쌍쉐… 1분기 생산량 18년만에 최저

입력 2022-04-25 08:09 수정 2022-04-25 08:32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3~5위를 차지하고 있는 ‘르쌍쉐’(르노코리아·쌍용자동차·한국GM)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올해 1분기 생산량은 18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전기차 경쟁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해 미래가 어둡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25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르쌍쉐는 신차 3만6120대를 팔았다. 르노코리아 1만3608대, 쌍용차 1만5237대, 한국GM 7275대로 합산 점유율은 10.7%다. 2018년(18.2%)보다 7.5% 포인트 추락했다. 5년 전만 해도 국내 신차 구매고객 10명 중 2명 가까이는 르쌍쉐 차량을 선택했는데, 지금은 1명에 불과한 것이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제네시스 포함)는 12만7147대를 판매해 점유율 37.7%를, 기아는 10만9792대를 팔아 32.6%를 차지했다. 합산 점유율 70.3%로 2018년(65.0%)보다 5.3% 포인트 늘었다. 현대차그룹과 르쌍쉐 간 격차가 커지면서 국내 완성차 시장은 독과점 구조에 더 가까워졌다.


뒤처진 팀이 순위를 끌어올리려면 ‘스타플레이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르쌍쉐는 1분기 국내 승용차 베스트셀링카 톱10에 단 하나의 모델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범위를 20위까지 넓혀도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15위), 르노코리아 QM6(16위)가 전부다.

르쌍쉐는 판매량 저조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의 겹악재를 만나 생산량마저 줄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르쌍쉐에서 생산한 완성차는 12만3362대로 전년 동기 대비(12만5985대) 2.1% 감소했다. 1분기 기준으로 2004년(12만210대) 이후 최소치다.

이들 3개사의 연간 생산량은 2014∼2017년 90만대 수준에서 2019년 70만대 선까지 떨어졌다. 2020년 57만6270대, 지난해 43만3960대까지 내려앉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생산량이 30% 이상 줄었고, 쌍용차와 르노코리아는 생산량이 늘었지만 지난해 이례적으로 생산량이 적었던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해소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계속 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불’을 키웠다. 여기에 중국의 상하이 봉쇄령으로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공장 가동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한국GM은 최근 부평1공장을 기존 2교대 근무를 1교대로 전환하고 가동률을 절반으로 줄였다.

한편 현대차·기아의 독과점 심화가 국내 자동차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가격이 ‘시장가격’이 되고, 그 업체의 고객 서비스가 ‘표준’이 된다. 경쟁을 통한 발전이나 가격 인하 등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