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과 관련해 “심각한 모순점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입법 추진은 무리”라며 “내일(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상안에 대해 재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 대표로서 항상 원내지도부의 논의를 존중해왔고, 검수완박 논의가 우리 당 의원총회에서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심각한 모순점들이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의 (검수완박) 추진 이전에 법률가들과 현장 수사 인력들을 모시고 공청회부터 진행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주말 내내 여러 법률가와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이번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논의에 대한 자세한 의견을 수렴했다”며 “저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을 포함해 일선 수사경험자들의 우려는 타당하다고 여겨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정돼야 할 법안의 내용이 그 두 가지(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게 법률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라며 “현장에서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일선 수사 인력들은 본인들의 경험과 우려가 입법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은 것에 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은 이 입법을 통해 국민에게 정확히 어떤 혜택이 돌아가는지조차 국민들께 설명하고 있지 못하다”면서 “민주당이 거대 정당의 힘의 논리로 협박 정치를 하는 상황이라 권성동 원내대표께서 불가항력의 협상을 하시느라 수고하신 점은 존중하지만, 내일 최고위에서 이 협상안에 대해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민주당에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입법 공청회를 개최하라고 요구한다. 만약 이 중차대한 사안에 대한 공청회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환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즉시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 정책 사안을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명확한 반대 관점을 가진 한 후보자에 대한 질의를 통해 민주당이 입법 추진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면 민주당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제안일 것”이라며 “이것을 회피한다면 입법추진이 졸속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후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협상을 주도한 권 원내대표를 에둘러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약 한 시간 만에 두 번째 글을 올려 진화에 나섰다.
그는 “최고위에서 재논의를 하고 그 뒤에 민주당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이번 협상을 이끌었던 권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오히려 힘을 북돋아 줘야 한다”며 “애초에 상대 당에서 힘자랑을 위해 무리한 요구와 비현실적인 시한을 들고나온 상황 속에서 협박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권 원내대표는) 최선의 협상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다시 협상하게 된다면 그 담당자는 압도적인 표로 선출돼 우리 당의 원내 전략을 총괄하는 권 원내대표다. 저는 권 원내대표를 신뢰하며 국민의 입장에서 새로운 협상을 하시는 과정을 적극 응원하겠다”며 거듭 추켜세웠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