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에도 다회용 용기, 카페 일회용품 사용금지… 실효성은

입력 2022-04-24 16:57 수정 2022-04-24 17:05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일회용 컵에 커피를 담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 엔데믹을 앞두고 일회용품을 줄이려는 노력과 규제가 동시에 일고 있다. 코로나19로 유보됐던 카페 매장 내 플라스틱 컵 사용 금지는 이달부터 재개됐다. 배달업계에서도 다회용 배달용기 사용을 시도 중이다. 관건은 ‘참여도’다. 취지에 동의하더라도 실효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소상공인 동참, 소비자 협조가 절실하다.

24일 배달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서울시와 배달플랫폼 주요 운영사는 ‘다회용 배달용기 사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다음 달부터 서울 강남구 관악구 광진구 등에서 시범적으로 다회용기를 사용할 식당 500곳을 모집한다.

다회용 배달용기 사용 식당이 충분히 모집될지, 소비자가 얼마나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서울 광진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기름기 있는 음식을 다회용기에 담아 배달해서 회수하고 다시 씻어서 쓰고…. 그거 간단한 일이 아니다. 식당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시범사업으로 가능성을 확인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 다회용기 시범사업을 진행했던 요기요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에서 약 100곳의 식당이 참여해 3500㎏의 탄소배출 감축 효과를 거뒀다. 요기요는 한국환경공단과 연계해 민간 배달앱으로는 유일하게 다회용기를 이용하면 주문 건당 1000원의 탄소중립 실천포인트도 제공하기로 했다.

조건은 다방면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ESG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의 노력, 친환경 인식의 사회적 확산 등으로 분위기는 형성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렇게 간단치 않은 상황’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경기 성남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조모(38)씨는 카페 매장에서 플라스틱 컵 사용 금지를 철저히 지킨다.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비용을 더 들여가며 친환경 소재 일회용품을 쓴다. 하지만 카페 사장이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찬성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조씨는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노력해도 비협조적인 손님들이 꼭 있다”며 “이런 분들께는 잘 설명하고 사정하고 읍소해도 욕만 먹다 끝나기 일쑤다. 이런 일을 자꾸 당하다 보면 ‘왜 힘없는 소상공인이 돈 더 쓰고 욕받이까지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카페 매장 내 플라스틱 컵 사용 규제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카페·식당 일회용품 사용 단속을 무기한 유예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반발하고 있고, 소상공인들은 한숨 돌렸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어온 소상공인들의 친환경 비용 부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유모(43)씨는 “점심시간 직후에는 머그에 제공하는 게 번거롭다. 스타벅스처럼 대기업이 운영하는 데라면 모를까 자영업자들에게는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라며 “비용을 들여가면서 플라스틱 컵을 덜 쓰는 대신 물이나 세제를 더 쓰는 게 더 환경에 좋은 일이라고 누가 자신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