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올해 1분기 은행과 증권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은행을 보유한 주요 금융지주들은 이자이익 급증에 힘입어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증시 호황 속에 함박웃음을 지었던 증권사들은 올해 주식 거래대금이 줄면서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24일 KB·신한·하나·우리·하나·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 공시에 따르면 올 1분기 5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총 5조236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4조5691억원)에 비해 14.6% 증가했다. KB금융은 당기순이익이 1조2701억원에서 1조4531억원으로 증가해 창립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우리금융은 8842억원으로 32.5% 증가해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신한금융은 1조4004억원, 하나금융 9022억원, NH농협금융은 5963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금융그룹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에는 각 은행들의 이자 수입 증가가 한몫했다. KB금융은 전년 동기보다 18.5% 늘어난 2조6580억원의 이자수익을 올렸고 신한금융(2조4876억원) NH농협금융(2조1949억원) 하나금융(2조203억원) 우리금융(1조9877억원)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네 차례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뛰고 대출금리가 연쇄 상승하면서 은행들이 받는 대출이자가 불어난 영향이다. 올들어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기업 대출이 크게 증가하며 이를 상쇄했다. 특히 최근 수시입출식 예금 등 조달비용이 낮은 예금이 증가한 것도 은행 마진을 늘린 요인이었다.
반면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은 큰 하락폭을 보였다. NH투자증권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0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3% 감소했다.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37.8%, 13.1% 감소한 1045억원, 1187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 발표를 앞둔 증권사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주요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46%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거래대금 증가와 기업공개(IPO) 활황 등에 힘입어 역대급 호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부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며 거래대금이 감소해 수수료 수익이 급감했다. 1분기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20조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0.7% 감소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 상승 등 비우호적인 업황도 지속되고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투자 및 운용 환경이 악화됐고 거래대금 역시 크게 감소했다”며 “1분기 실적 부진은 예상됐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이 늘지 않는 이상 본격적인 투자심리 회복을 기대하기엔 요원하다”고 설명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