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두꺼비산란지 망월지 갈등…애꿎은 올챙이들 폐사

입력 2022-04-24 13:18
물이 빠진 대구 수성구 망월지에서 폐사한 두꺼비 올챙이들. 수성구 제공

대구지역 두꺼비 산란지로 유명한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에서 두꺼비 올챙이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저수지에 물이 빠지면서 햇빛에 노출돼 폐사한 것인데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토지 소유주(지주) 간 갈등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망월지 물이 빠져 수위가 평소 절반 수준까지 낮아지면서 올챙이들이 집단으로 말라 죽었다. 수문은 망월지 수리계(지주 조합)가 환경 정화를 이유로 열었다. 수성구는 양수기 등을 동원해 저수지에 물을 공급하는 한편 올챙이들을 구조해 옮기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수성구는 수리계의 수문 개방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볼 방침이다.
물이 빠진 대구 수성구 망월지에서 폐사한 두꺼비 올챙이들. 수성구 제공

물이 빠진 대구 수성수 망월지에서 두꺼비 올챙이를 구조하고 있는 수성구 관계자들 모습. 수성구 제공.

24일 수성구 관계자는 “망월지에 수백만 마리의 올챙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미 절반 이상이 폐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두꺼비 보호를 위해 망월지의 생태·경관 보전지역 지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수성구는 망월지 일대를 생태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생태·경관 보전지역 지정을 추진 중이다. 지역 환경단체와 수성구는 망월지가 두꺼비 산란지로서 생태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매년 인근 욱수산에서 내려온 1000여 마리의 성체 두꺼비들이 망월지에 산란을 하고 되돌아간다. 암컷 한 마리당 1만여개의 알을 낳고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들이 물속에서 60~70일을 보내며 새끼 두꺼비로 자란다. 5월이 되면 수만 마리의 새끼 두꺼비들이 떼를 지어 욱수산으로 이동한다.
물이 빠진 대구 수성구 망월지 모습. 수성구 제공


하지만 지주들은 두꺼비 산란지 평가가 많이 부풀려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농업용 저수지로서의 기능을 더 이상 하지 않는데도 수성구가 명확하지 않은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재산권 행사를 원하는 지주들과 망월지 보존을 원하는 수성구가 법적 다툼을 벌이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망월지 수리계 관계자는 “그동안 망월지와 관련해 오랜 시간 수성구와 대화를 했지만 수성구가 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절차에 따라 망월지 활용에 필요한 환경 정화를 위해 수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들이 사유재산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이지만 수성구가 요청해 수문을 닫아줬다”고 덧붙였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