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가 남편 윤모(당시 39)씨가 숨졌던 ‘당시 사고가 계획적인 보험사기였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는 지인의 주장이 나왔다.
계곡 살인 사건 의혹을 2020년 처음 제기했던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지난 23일 내보낸 ‘이은해 조현수, 775일간의 추적’ 편에는 계곡 살인 사건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는 제보자 A씨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A씨는 이씨와 공범 조현수(30)와 함께 경기도 가평 계곡에 놀러가 윤씨의 사망을 목격했던 B씨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A씨는 “허풍이나 허세인 줄 알았다.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야 ‘함께 계곡에 있었다’는 B씨 이야기가 진짜인 걸 알았다”면서 “(그때) ‘피해자 아내(이은해)가 보험을 들어놓고 보험금을 타 먹으려고 조직적으로 사기를 친다. 그래서 남편을 죽였어’라며 엄청 웃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방송에선 또 이씨의 최측근 배모씨와 배씨 지인인 박모씨의 인터뷰를 통해 이씨와 조씨의 마지막 도피 과정도 그려졌다.
방송에 따르면 이씨는 중학교 동창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던 배씨에게 검찰 추가 조사를 받지 않고 도망갈 것이라는 계획을 얘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배씨의 지인인 박씨는 방송에서 “(이씨가) 2차 조사를 안 받고 도망갈 거라고 본인(배씨)한테 얘기를 했다더라. 그게 딱 끝이라고 했다. 다시 연락이 됐다는 게 3~4주 지나서였다. 만나러 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씨의 도피 기간 배씨가 세 번정도 이씨를 만나 도왔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배씨가 이씨의 속옷을 좀 사줄 수 있느냐 등의 부탁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배씨가) 자신은 뭘 해도 의심받는 상황이니 네가 해주면 안 되냐(는 식으로) ‘이은해 속옷이 다 떨어졌는데 네가 그걸 조금 사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면서 “(나는) 싫다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방송 촬영 당시 제작진에게 이씨 자수 계획도 알렸다. 해당 방송은 이씨가 지난 16일 아버지를 통해 자수 의사를 전해 경찰에 검거되기 전에 촬영됐다. 박씨는 “이씨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오늘 찾아온 경찰들한테 ‘사실 나 딸이랑 연락하고 나 말고 배씨도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배씨는 처벌받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씨가 다음 날 6시까지만 버텨달라고 그랬다더라. 이씨가 짜놓은 자수 플랜이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배씨는 두 사람의 도피를 도왔다는 것과 관련해 제작진에 “공개수배 전까지는 도주 중인 것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씨로부터) 1월 말 연락이 왔다. (이씨는) 자기 일 다 해결됐다, 조사받고 있다고 말했다”며 “(이후 이씨를 만났을 때는) 평상시와 다름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6월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씨의 남편 윤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물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윤씨에게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 했다 미수에 그친 혐의 등도 있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의 사망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잠적했다가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체포됐다. 이후 지난 19일 살인·살인미수·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