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출마 고사한 박영선 “어머니 야윈 몸 보니 발길이…”

입력 2022-04-24 06:07 수정 2022-04-24 09:57
어머니 손을 잡고 있는 박영선 전 장관. 페이스북 캡처.

6·1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참여를 요청받았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끝내 출마를 고사했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비대위는 박 전 장관에게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를 요청했으나 박 전 장관은 깊은 고심 끝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도 이날 밤늦게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시민, 서울 당원, 지지자들께 머리 숙인다”면서 불출마 결정을 알렸다.

그는 “죄송한 마음으로 고민했다”면서 “평생 처음 ‘어머니 곁을 지켜야겠다’ 마음먹게 한 어머니의 야윈 몸을 보니 끝내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썼다.

이어 “대선의 충격을 반전시킬 새롭고 큰 장이 열리길 간절히 바란다. 당 지도부가 잘 이끌어가 주실 것을 믿는다”면서 “제게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신 많은 분께 용서를 구한다. 지금은 제가 이렇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제가 많이 부족하다”며 거듭 사과했다.

박 전 장관은 전날 어머니가 투병 중인 상황을 언급하며 출마요구를 받고 괴로운 심경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휠체어에 탄 여윈 어머니의 손을 잡은 사진을 올리며 “요즘 항암치료를 하시는 어머니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어머니의 딸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동안 정치한다고 많이 못 돌봐 드렸다는 자책감에 마음이 무겁다”고 적었다.

박 전 장관은 “어제도 어머니는 항암 주사를 맞으시면서 ‘바쁘지 않냐. 바쁜 데 있으면 가봐라. 가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몇 번이나 괜찮다고 대답을 해도 ‘괜찮아? 정말 괜찮아?’를 반복하신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 이것이 지금 제게는 참 힘든 일”이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다. 무소의 뿔처럼 살아가는 삶이 때론 허무하다는 것도, 그러나 우리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지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라고 덧붙였다.

박 전 장관은 그러면서 “어머니와 정치. 지금 여기에 대한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상황이 참 난감하다”며 마음속 고뇌를 토로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 김진애 전 의원의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경선은 오는 26일부터 30일까지 100% 국민 여론조사 방식으로 실시한다. 국민의힘 후보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가상 양자 대결을 통한 경쟁력 조사 방식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결선 투표를 실시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