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인철 딸 학점 3.8대…‘아빠찬스’ 장학금 의혹 증폭

입력 2022-04-24 05:00 수정 2022-04-24 05:00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유학을 위한 ‘풀브라이트(Fulbright)’ 장학금 수령 과정에서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딸 A씨의 이화여대 졸업 학점이 3.8점대(4.3 만점)라는 주장이 24일 제기됐다.

학점 3.8대, 이대 ‘최우등’ 졸업 인증도 못 받아

의혹의 핵심은 A씨가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뽑힐 때 부친인 김 후보자가 한국풀브라이트동문회장을 맡고 있었다는 점이다.

딸이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뽑히는 과정에서 김 후보자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검증 과정에 관여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후보자 딸이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는데, 4년 평균 학점이 3.83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A씨의 학점이 3.85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인사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면서 “김 후보자 딸의 대학 평균 학점이 4.3 만점에 3.8대 학점이 맞다면, 풀브라이트 장학금 경쟁에서 그렇게 우수한 성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화여대 관계자는 “3.8대 학점이 우수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교내 성적 ‘우수·최우수 장학금’을 장담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화여대는 ‘우수 장학금’(석차 6% 이내)과 ‘최우수 장학금’(석차 2% 이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A씨는 2014년 이화여대를 졸업할 때 졸업 학점 3.75 이상이 받는 ‘우등 졸업’ 인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졸업 학점이 4.0 이상인 ‘최우등’ 졸업 인정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 측, 답변 피해…학점 등 투명 공개 요구 거세져

그러나 김 후보자 측은 A씨의 학점 관련한 국민일보의 거듭된 질의에 “개인정보라 자세한 사항은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 주변에서는 “3.8대보다는 학점이 높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A씨는 이화여대에 재학 중일 때 여러 차례 성적 장학금을 받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2014년∼2015년 2년 동안 미국 코넬대 응용경제학 석사과정에서 공부할 때 받은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1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 측이 A씨가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았을 때 제출했던 국내 대학 졸업 학점, 토플과 GRE 등 외국어 성적, 학업계획서 평가 점수, 면접 점수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당시 풀브라이트 장학생 선발 과정을 전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조국 사태’ 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사례가 이번 논란의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후보자가 A씨의 풀브라이트 장학생 발탁 배경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할 경우 ‘아빠 장학금’ 의혹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딸이 풀브라이트 장학금 탈 때, 김 후보자는 동문회장

A씨는 2013년 9월 한미교육위원단에서 운영하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김 후보자는 2012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동문회장을 역임했다. 딸 A씨가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됐던 2013년 9월에도 동문회장을 맡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학점은 A씨가 ‘아빠 찬스’가 아니라 자력으로 풀브라이트 장학생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풀 수 있는 결정적 열쇠 중 하나다.

A씨는 2014년 2월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같은 해 8월 미국 명문 코넬대 응용경제학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A씨는 2016년 여름 코넬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 코넬대 석사과정에서 A씨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았다.

A씨는 올여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재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할 예정이며, 올가을 캐나다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일할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선정된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은 한미교육위원단에서 운영한다. 장학생도 한미교육위원단에서 자체적으로 선발한다. 이 위원단은 한·미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출연해 만든 기관이다.

김 후보자는 장학금 선발을 총괄하는 심재옥 한미교육위원단장과 함께 교육개혁 심포지엄을 열거나 풀브라이트 ‘동문인의 날’ 행사를 같이 개최하는 등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와 심 단장과의 관계도 풀어야 할 숙제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은 학비와 생활비·의료보험비·본인 몫의 왕복 국제항공권 등을 포함해 연간 약 4만달러(4900만원)를 지원받는다.

1년 수령이 원칙이지만, 1년 연장이 가능하다. A씨도 2년 동안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았다.

풀브라이트는 ‘꿈의 장학금’…경쟁 치열

다른 학계 인사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미국 대학에서 높게 평가받는 장학금이라, 풀브라이트 장학생이라고 하면 미국 명문대학의 입학 허가를 받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면서 “액수도 1년에 5000만원 정도 나와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유학생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꿈의 장학금’이라고 불린다”고 설명했다.

혜택이 많은 만큼 풀브라이트 장학금의 선발 기준은 무척 까다로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선발 과정을 총괄하는 한미교육위원단에 따르면 대학 학부 졸업 학점과 외국어 성적(토플·GRE), 면접 점수 등이 중요한 선발 요소다.

특히 최대 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풀브라이트 장학금 지원자들의 성적과 스펙은 매우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교육위원단은 A씨가 장학생으로 선정됐던 2014년 대학원생 유학 프로그램으로 인문·사회·예술 분야에서 30명의 학생을 뽑았다. 위원단은 각 분야에서 1∼2명의 학생을 뽑았으며, A씨는 경영·경제 분야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그러나 A씨의 학점으로는 이화여대 내에서 성적 ‘우수 장학금’ 또는 ‘최우수 장학금’을 받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화여대는 학년별 석차 6% 이내인 학생에게 등록금의 25%를 지원하는 ‘우수장학금’과 석차 2% 이내인 학생에게 등록금의 절반을 지급하는 ‘최우수 장학금’을 운영하고 있다.

A씨의 학점이 3.8대 수준일 경우, 이화여대 내부 성적 장학금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의 장학금만 받을 수 있다. 이대는 3.75 이상의 학점을 취득한 학생에게 일괄적으로 50만원 씩을 지급하고 있다.

박세환 정현수 구승은 강보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