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여야 중재안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 가장 큰 독소조항인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막아낸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제출한 ‘검수완박’법의 숨겨진 가장 큰 독소조항은 검찰의 직접수사권 뿐만 아니라 보충수사권까지 완전히 폐지한다는 것”이라며 “보완수사권은 경찰의 잘못된 수사, 미진한 수사에 대해 검찰이 ‘보완 요구’뿐 아니라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완수사권이 없으면 검찰은 경찰이 가져온 자료를 보고 납득이 되지 않더라도 기소·불기소 여부만 도장을 찍는 거수기에 불과하게 된다”며 “보완수사권 유무는 검·경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미 3년전 패스트트랙으로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및 ‘경찰에 수사종결권 부여’가 통과돼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큰 흐름은 한번 통과되면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없다”며 “소수당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검찰의 2차적 수사권을 사수해 경찰과의 균형과 견제를 이루고, 억울한 피해자가 호소할 수 있는 핵심 기능을 남기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6대 범죄의 경우 저는 당초 ‘부패, 경제, 선거, 공직자 범죄’까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남기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하나라도 더 축소하겠다는 민주당 측 요구를 이겨낼 수 없었다”며 “이 부분은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검수완박 원안에 맞서 강경 투쟁으로 끝까지 갔다면, 과거 그랬듯이 아무것도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설득과 협상 없는 투쟁은 지지층에 어필하고자 하는 정치인에게는 더 쉬운 선택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바꾸기 힘든 악법만 남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정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면서 “113석 소수정당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으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힘이 없어 더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했다.
검찰 내부 반발 “정치인만을 위한 법안”
여야가 합의한 중재안 내용에 대한 검사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진재선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중재안은 기존 검수완박의 시행만 유예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진 차장검사는 보완수사 권한은 인정하지만 ‘별건수사’는 금지하는 중재안을 두고 “인터넷 물품 판매 사기 사건의 계좌 내역상 동종 피해자를 확인해도, 불법촬영 사건의 압수된 휴대폰에서 다른 피해자를 확인해도 관련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지검도 전날 회의장 중재안 내용을 각 항마다 반박하면서 “이러한 중요한 입법을 함에 있어 충분한 사전 숙의 절차를 거친 뒤 입법절차로 나아가는 것임이 상식임에도, 여당의 검찰 수사 회피 목적 및 이에 대한 야당의 야합에 의해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또 전날 취재진에 보낸 글에서 “이 법안은 정치인만을 위한 법안일 뿐만 아니라, 향후 부정선거 사건 수사를 할 수 없게 만든 법안"이라며 "이제 정치인들이 발 뻗고 잘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를 가장 짧은 6개월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경찰이 5개월여 수사를 하다가 미진한 상태에서 검찰로 송치할 경우, 뻔한 사건도 시간 관계상 증거수집을 못 하고 속절없이 무혐의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